존엄성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존엄성을 지키며 품격 있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의 태도에 대한 품위있는 고찰을 담은 책, 삶의 격.
존엄성이란?
책에서 말하는 존엄성은 주로 '나'의 존엄성이다.
존엄성은 3가지 방법으로 구축된다.
1.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
2. 내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
3.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책은 각각을 관점을 자세하게 고찰한다.
한 인간의 존엄성이란
주체로서의 자립성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
그렇다면 '주체'로서의 '자립성'과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리면 무력감, 수치심, 굴욕감이 동반되며 존엄성이 흔들리게 된다.
이 하나하나의 트리거들을 책은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어느 정도로 자세하냐면,
사생활에 대한 존엄성, 무력감, 독립성, 재산, 만남, 진정성, 벌, 사물의 경중을 인식하는 존엄성,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존엄성, 죽음의 수용, 고인에 대한 존중 등 각 케이스별로 입장에 따라 다~ 존엄성을 정립하고 설명해 준다.
어찌 보면, 존엄성이랑 인간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생로병사와 나와 ↔타인 사이의 모든 사례를 설명해 주는 게, 이 책이 얼마나 존엄성에 진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거 같다.
획일성, 단일성, 일치성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행동과 정신, 의지가 일치하는가의 여부이다.
내가 '나'를 믿는 진실성,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독립성'
이런 것들이 무너지면 존엄성을 상실하게 되는데,
단어만 보면 당연히 개인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은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간다.
만약 내가 진실하다고 믿는 것이 타인의 신념과 충돌한다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 존엄성을 위협하는가?
이러한 행위와 그에 선행하는 사고는 중요하다.
그 자체로 상황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적 일치성뿐 아니라 외적인 단일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수정해 나가는 기준의 재정립 등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나의 자아존중감은 무엇일까.
진정성으로서의 존엄성(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인상 깊었던 점은 진정성으로서의 존엄성 부분이었다.
진정성의 반대, 즉 거짓은 타인을 속이는 것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자아상에 대한 거짓말은 결국 자기기만으로 이어지는데, 자기기만이 항상 나쁜가?
이에 작가는 명명에 주의할 것을 강조한다.
만약 '너는 알콜중독자야'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다면, 그 자체가 "행위의 일종"이며 "상황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미화나 부정의 여지를 없애고 굴욕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들의 우울증은 태반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기인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심화된 비교는 '보통'에 대한 기준의 변화를 유도하고,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안되지?라는 우울감에 빠진다.
자존감이랑도 연결되는 거 같은데, 요즘 낮은 자아존중감의 문제로 인스타그램 상의 자존감 높'아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선망이 가득가득하다. 높은 자존감은 아아주 효과 좋은 셀링포인트로 '금수저', '사랑받은 티'가 나는 모습으로도 확장된다.
하지만 그런 프레임 안의 과장된 삶은 결국 자기기만으로 이어지고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괴리감으로 굴욕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 인생을 마주할 용기를 상실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는 내면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주도적 결정권을 확보하며, 도덕적 친밀성을 통해 도덕적 행위의 가치가 형성된다.
이렇게 사회가 형성된다. 결국 개인의 존엄성은 개인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회가 구성되는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아존중심 l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것을 요구할 줄 아는 것.
정신적 정체성이 변화를 거듭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또한 노화에 대한 존엄성도 인상 깊었다.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의존성과 상실 때문이다.
타인에게 의존해 삶을 영위하는 것에 치욕감을 느끼고 젊었을 때 가지고 있던 능력들이 쇠퇴하는 것을 느끼며 굴욕감을 느낀다. 하지만 타인에게 의지하더라도 정신적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은 채로 내적 일치성을 유지하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또한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잃는다. 유년기 때의 애착인형을 잃어버린 성인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듯이 젊음의 상실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책은 철학적인 접근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게 존엄성에 대해 전달한다.
단순히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왜 그런 결론까지 도달했는가를 차분히 설득해 준다.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읽으면서 존 롤스의 「자유론」이 좀 떠올랐는데,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삶의 격」 역시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올바른 기준과 일관성을 추구한다.
읽으면서 어렵지는 않았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더라.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 피터 비에리의 「삶의 격」이었다.
나중에 또 정독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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