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두 권을 동시에 봤다. 비슷한 내용인 거 같아서 같이 읽다 보니 끝까지 그렇게 읽게 됐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마담롤리나
이제는 오해하면 그대로 둔다-김다슬
두 책 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하며 내면을 다지고 외부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지향하는 에세이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인간관계에 지치다 보면 위로가 필요해 눈에 띄는 제목들.
다만 두 책은 힘든 외부 일을 극복하는 태도가 차이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은 내면에, "이제는 오해하면"은 외부 인간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었고,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이 순한 맛이라면 "이제는 오해하면"은 마라맛이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느낌이라면, "이제는 오해하면"은 힘든 일을 토로하는 나를 대신해 욕을 해주는 느낌이다. 에세이는 특히, 작가의 성향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다른 위로법으로 다가오니, 각자 성향이 맞는 작가를 선택해서 읽으면 될 듯하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마담롤리나
프랑스 작가의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마담롤리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의 가명이다.
작가의 불안 요인은 주로 자신의 그림 실력에 대한 상대방과의 비교에서 비롯되어 열등감과 낮아지는 자존감/자신감으로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에 대비해 나를 돌보는 것의 중요성, 멘탈 관리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많이 담겨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몰입하는 성격인듯하다. 절망의 구렁텅이,,,억울함과 속상함에 밥을 거르고 잠을 설치고... "마치 최선을 다해 불행에 충실해야만 상황이 해결되는 것처럼" 구는 성격인듯하다. 뭇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느낌. 실제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행복함보다는 불안함과 불행함이 더 오래 남고 나쁜 생각이 나쁜 생각을 불러오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로 무슨 실수를 하면 그 실수에 대해 반추하며 그 실수로 유발된 부정적인 결과를 상상하느라 스트레스받는다.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 알면서도.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의도적으로 좋았던 순간들을 되도록 많이 골라 보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는 소위 이불을 펑펑 차는 "흑역사"는 십 년이 넘어도 기억하면서 그 당시 느꼈을 사소한 행복한 감정들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한때 감사일기 릴레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기타 SNS에 오늘 하루의 감사한 일들을 세 가지를 적고 3일 후에 친구를 태그 하면 그 친구는 다시 새로 감사일기를 적는다. 이처럼 하루의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과거에 썼던 다이어리를 보면 그 하루하루에 힘든 일들만 적었지 행복한 일들은 적은 게 없다. 심지어 친한 친구들과 만나 노는 일정이 있는 날에도. 이처럼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기록하고 쏟아내는 데만 열중하지 긍정적인 감정은 그 순간에만 느끼고 반추하지 않는다. 이런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순간들을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적인 행복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작가가 멘탈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다 잡기 위해 적어놨던 자기 암시적 글을 이쁜 그림들과 함께 펴낸 책인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집에서 조용히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이제는 오해하면 그대로 둔다-김다슬
이 책은 주로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논조가 "그렇게 끊어질 관계는 스트레스받을 가치가 없다", "그 정도의 인연",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지나치게 애정이나 시간을 쏟지 마라"이다.
읽다 보면 인간관계가 너무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관계에 정성을 들여 나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심하고 걸러도 되는 관계"처럼 약간 참교육 감성이 있는 느낌이다. 개인이 어렵게 한 부탁에 상대방이 거절을 했다고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였구나."라는 식으로 인연의 한계를 느끼는 건 너무 지나치게 각박한 기준이 아닐까...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물론 있을 것이고 인간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 다 놓고 유유자적 살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아직 인간관계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더 상처받고 난 다음에 적용해 볼 책이다.
작가가 상정하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이렇다. 진실된 요청은 거절하면 안 되고 연락은 자주자주 시간 내서 안부를 물어봐야 하고 힘든 일이 상대에게 있으면 진심으로 듣고 이해해 줘야 하지만 너무 감정 쓰레기통처럼 나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상적이기는 한데 너무 완벽한 이상향이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과 서서히 인연을 멀리하다 보면 과연 주변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물론 이 책도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기조는 유지한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나의 목표를 갖고 주변과 비교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내 목표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아래는 읽으면서 되뇌면 좋겠다고 생각한 구절들이다.
- 말할 땐 나보다 남을 기준으로, 행동할 땐 남보다 나를 기준으로.
- 잘 배운 사람은 무엇보다 본인이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사람
- 함부로 과장하지 말 것. 과장된 생각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 사람은 매일 새로 태어난다. 꼭 어제와 오늘의 내가 극단적으로 차이나야 발전하는 게 아니다. 매일이 새로우니 매일이 소중하다.
-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경험한 모든 것이 내가 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무조건 자기 방어적으로 참교육 감성으로 인간관계를 대하기보다는 내 내면의 강함을 키우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감정을 인정하고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두 책은 다 체념적인 제목들이다.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를 보인 이들의 태도를 바꾸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러려니 하고 그대로 두고 나는 내게 긍정적인 사람들만 곁에 두겠다는 것이다. 너무 단절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지만 인간관계에서 지칠 대로 지치고 난 후의 깨달음이겠거니 한다.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으니까. "나"의 소중함을 중심으로 내면의 강함을 키우다 보면 타인을 대하는 에너지도 채울 수 있겠지.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남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이니까.
인간관계에 지치고 사회 안의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읽으면 좋은 책,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이제는 오해하면 그대로 둔다"였다.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사슬-미나토 가나에 (0) | 2021.12.18 |
---|---|
고백-미나토 가나에 (0) | 2021.12.13 |
소문-오기와라 히로시 (0) | 2021.11.29 |
요리코를 위해-노리즈키 린타로 (0) | 2021.11.21 |
말투가 고민이라면 유재석처럼-정재영 (0) | 2021.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