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고백-미나토 가나에

whateverilike 2021. 12. 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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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죽인 사람이 우리 반에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의 구절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 교사가 교사 생활을 접는 마지막 고별식에서 하는 말치고는 매우 충격적이다. 

 

사실 이 소설의 앞부분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교사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범인의 우유에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 아버지의 혈액을 섞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챕터에서 교사의 고백으로 이 모든 줄거리가 끝났을 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벌써 이렇게 다 끝나면 어떡하지?

 

 

근데 진정 흥미로웠던 것은 그후의 이야기였다. 담임의 고백이 교실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 죄책감에 대한 속죄 등 각 챕터별로 서술자를 달리해가며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전개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단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왜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고백이란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는지 단박에 체감할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통쾌함! 카타르시스!

 

 

 

 

 


 

   담임의 고백 이후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스포왕스포, 순서는 다를 수 있음)

 

자신의 딸의 죽음이 수영장에 몰래 들어간 뒤에 생긴 익사라는 기사와 달리 담임은 그것이 머리는 좋지만 윤리관이 결여된 와타나베와 멍청하고 무모한 나오키의 짓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낸다. 전기 충격기를 만들어 자신의 딸에게 시험을 한 와타나베. 그러나 전류는 살인을 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고, 나오키가 후환이 두려워 기절한 딸을 수영장에 빠져 죽은 것처럼 옮겨 딸을 익사시켰다. 

 

 

반장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제재"를 시작으로 나오키는 등교거부로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와타나베는 뻔뻔히 학교에 나오며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제재에 가담하지 않은 반장은 어느 날 새로운 담임인 열혈 신규 선생 데리다가 누군가 방에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고 비밀리에 고백해왔다는 것을 말해버리며 그 범인으로 지목되어 같이 왕따를 당한다. 하지만 와타나베의 에이즈 검사 결과지를 받은 후 와타나베의 "연구실"에 함께 방문하며 서로 나름의 의지가 되고, 다음날 와타나베는 자신을 괴롭히는 학급 친구들에게 피를 내어 협박한다. 에이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반장은 담임의 말을 듣고 나오키와 와타나베의 우유곽을 챙겨 혼자 실험을 해, 애초에 우유에는 혈액이 섞여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오키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조사를 받게 되자 반장은 매주 자신을 데리고 나오키의 가정방문을 했던 데리다 선생이 살인을 재촉했으리라 경찰에게 말한다.

 

 

그다음은 나오키가 어머니를 죽인 후 나오키의 누나가 나오키 어머니의 일기를 읽는 시각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간섭이 심한 어머니로 항상 자신의 기준에 미치는 완벽한 자녀의 모습을 기대했다. 이에 나오키는 은연중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학년이 올라가도 성적이 좋지 못한 자신을 "착하다"며 포장하는 어머니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그만큼 의지한다. 어느 날부터 나오키가 이상해지더니 은둔하는 생활을 함에도 좋은 어머니임을 잊지 않으며 아들을 위한다. 그러나 아들이 담임의 딸을 죽였다는 고백을 듣고 난 후로, 본인의 양육과 교육이 실패했음을 깨닫고 아들을 죽이려 한다.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가 사실 딸을 수영장으로 옮길 때 아이가 눈을 뜬 모습을 봤음에도 익사시켰다. "무서워서 그랬지...?"라는 어머니의 애절한 물음에도 나오키는 그저 침묵한다.

 

 

다음으로 나오키의 시각이 나온다. 나오키는 어머니의 성격에 부담을 느꼈지만 잘난 것 없는 자신에 더욱 자존심이 깎여나가던 도중, 똑똑한 와타나베가 그에게 다가오자 우월감을 느끼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조급함을 느끼며 전기 충격 실험 대상으로 와타나베가 흥미를 가질 만한 인물로 담임의 딸을 든다.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나오키는 막상 딸이 전기 충격으로 기절하자 죽은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와타나베는 오히려 다 알려도 좋다며 나오키를 친구로 생각한 적 없는 쓰레기 인간이라 매도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나오키는 딸을 수영장으로 옮기려 하지만 이때 딸이 눈을 뜬다. 나오키는 이때 와타나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딸을 수영장에 빠트려 죽인다.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할 와타나베를 비웃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혈액이 섞인 우유를 마셨다는 것을 알고 은둔생활을 하다 매주 찾아오는 데라다가 다 들리도록 크게 외치면 한 말에 와타나베가 그동안 등교를 했다는 사실, 지금은 해결되었다는 사실, 결국 은둔생활을 하며 괴로워한 것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에 패배감과 복수심을 느껴 편의점 물건에 자신의 피를 묻혀 놓는다. 그러나 경찰에 잡혀 피를 묻힌 상품을 전부 사서 돌아오고 나오키는 자신을 믿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는 어머니에 감동해 사실을 털어놓는다. 살인 이야기, 에이즈 이야기. 그러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의 살인을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 나오키를 죽이고 같이 죽으려 한다. 그러다 나오키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경찰에 잡히자 말한다. "체포되고 싶었다."

 

 

마지막은 와타나베의 시각이다. 와타나베의 어머니는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사고가 나 우연히 와타나베의 아버지와 결혼한다. 순박하지만 멍청했던 아버지 때문에 시골에 눌러 앉게 되자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어머니는 와타나베를 학대한다. 학대가 밝혀지자 접근 금지령으로 떠나는 어머니는 와타나베에게 언제나 사랑한다며, 자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올 거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과 비슷한 여자와 결혼해 좀 행복한 가족생활로 마음을 열어가려는 찰나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며 와타나베는 "공부방"으로 쫓겨나는 처지가 된다. 외로움에 공부방을 여러  실험을 하는 연구실로 만들며 블로그를 쓰게 된다. 자신이 전기 충격기로 상을 타면 유명해져 어머니가 자신의 존재를 상기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던 와타나베는 당일 터진 청소년의 가족 살인사건에 이야기가 묻힌다. 이에 자신도 그에 버금가는 범죄로 세간의 관심과 어머니의 관심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그 모든 살인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나오키의 살인이 되어 버렸고, 혈액이 든 우유를 먹었을 때 본인은 오히려 죽음으로 어머니의 관심을 받고 싶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애초에 혈액이 안 섞였다는 사실, 그리고 연구실에 자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 반장의 "만나러 가면 되지 왜 안 가냐", "그저 마마보이"라는 일침에 반장을 살인하게 된 사건으로 종업식(?)에 폭탄을 설치한다. 그래서 이런 모든 사건들을 적은 일종의 어머니에게 남기는 편지이자 유언을 블로그에 올리고 본인이 단상에 올라 상을 탄 글을 읽으며 폭탄을 누른다. 그러나 그 폭탄은 불발이었다. 그리고 경찰이 강당에 집결한다.

 

 

그리고 와타나베에게는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담임의 문자였다. 담임은 혈액을 섞은 것으로 복수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남편이 죽기 직전 혈액을 담은 우유를 바꿔치기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복수를 할지, 그만 잊고 살지 고민하다 두고 보는 와중 데라다를 알게 되어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척 조종한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올린 블로그 글을 보며 반장의 시체를 보관해둔 "연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와타나베가 강당에 설치한 폭탄은 직접 옮긴다. 와타나베 어머니의 교수 연구실로. 그렇게 와타나베의 치기 어린 범죄극은 막을 내리고 담임의 복수도 마무리된다.  

 

 

 

 


 

 

 

옮긴이의 말처럼 고백의 인기는

 

"점점 험해지고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입체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조명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살인에 가담한 범죄자이자 결국 살인과 폭탄 설치까지 한 와타나베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고, 평범한 학급 친구들은 이지메의 가해자가 된다. 살인 가해자인 나오키는 어머니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결국 살해까지 당할 뻔한 피해자가 된다(결국 다시 어머니를 살해한 가해자가 되지만). 담임은 딸이 살해당한 피해자이지만 두 범인에게 사적인 복수를 하는 가해자가 된다. 심지어 끝내지 않고 완벽한 파멸을 위해 집요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상황은 모두의 입장에도 이입할 만큼 큰 스케일이 아니며 설득력이 있다.   

 

 

 

근데 나는 사실 독자들의 공감이 더 큰 성공의 요인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참교육" 감성이 유행하는 요즘,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복수를 끝낸 담임의 상황은 최상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소소하지만 누적되면 태산이 되는 스트레스를 매일 조금씩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을 크지 않은 스케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복수하고 싶은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고백은 과거 영화 아저씨와 같은, 당시 사람들의 욕구를 다분히 충족시킨 작품일 것이다. 매우 조용하고 얌전한 나, 하지만 사실은 싸움짱?! 건드리면 복수한다. 같이 평이하고 단조로운 본인의 외양과는 달리 매우 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 

  

 

 

실제로 담임의 복수가 성공해서 통쾌함을 느꼈고 여러 우연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흐름이 억지로 느껴지지 않은 것도 그 전체적인 완벽한 복수의 성공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담임인 데라다가 자신의 남편의 제자였다는 것, 그래서 그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었던 것, 와타나베가 사실은 질병에 걸리고 싶어 했지만 남편의 만류로 에이즈 바이러스 혈액을 우유에 섞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성공한 복수도, 혈액을 우유에 섞었다는 말이 성격이 다른 두 아이를 각자의 약점대로 파멸로 이끌어 간 것도, 따지고 보면 너무 데우스-엑스-마키나 같은 완벽함이다. 그러나 그 모든 우연을 덮고 넘어갈 정도로 마지막의 복수극이 통쾌했다. 그래서 재밌었다. 

 

 

 

 

또한 나는 작가의 윤리관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윤리관은 학습을 통해 개인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부족한 점은 스스로 인정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담임이 마지막에 와타나베가 설치한 폭탄을 제거한 후 그에게 남긴 메시지다. 

 

"인간의 윤리관은 와타나베군이 말한 것처럼 단순한 학습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름지기 보통 사람들이 유년기에 배우는 윤리관을 그 사람_남편은 성인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와타나베 군은 자기 윤리관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마치 멋진 일인 것처럼 굴었고 그렇게 된 이유를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윤리관을 배우려 하지 않았지요. (중략) 와타나베군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면 아이를 학대하다가 욕구가 충족되자 한시적이고 무책임한 말을 하고 떠난 어머니겠지요." 

 

와타나베가 자기가 공부 좀 한다고 선민의식을 가지고 잘난 척해대는 루저라는 걸 명확하게 일깨워준다. 또한 그가 성역화시켰던 어머니 역시 무책임한 사람으로 묘사하며 정확한 범죄자의 심리를 지적한다. 

 

 

 

 

마지막에 든 생각은 담임은 사실 좋은 선생이었다는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열혈 교사인 척 학생들의 생활에 주제넘게 간섭하지도 않았으며, 공부 이외에도 각 학생의 좋은 점을 발견해내 칭찬해 주었고, 와타나베가 질투를 느낄 만큼 싱글맘으로서 마나미를 사랑을 다해 키웠다. 딸이 죽은 후에도 스스로 정리를 하고 그다음의 행동을 결정할 만큼 멘탈도 강하다. 거기에 더욱 인간적인 면모로 사적인 복수를 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호감이 갔다. 나오키와 와타나베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건 선생으로서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 더 처절한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나오키와 와타나베 모두에게 완벽하게 복수를 했다는 사실마저 매우 통쾌하다.

 

물론 사회적 제재로 엉망이 된 반 분위기가 트라우마로 남을 학생들의 학창 시절 기억을 생각하면 완벽한 선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회적 제재가 옳은 것인지,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극한의 상황까지 끌어내리는 것이 옳은지, 등의 윤리적 문제는 남아있다. 

 

 

담임에게 와타나베가 한 일을 다 듣게 된 와타나베의 어머니의 반응을 어땠을까. 죄책감을 느꼈을까, 혐오감을 느꼈을까. 

 

 

 


 

 

 

역시나 참... 제정신인 사람이 없는 소설이었다. 이는 소설 "소문"을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자신이 지닌 정신적인 병을 주변 사람에게도 감염시키는 것 같다. 나오키는 왜 검사받을 생각도 안 했으며, 와타나베의 블로그를 담임에게 알려준 학생C는 누구일까. 멀쩡한 줄 알았던 반장은 왜 자신이 일가족을 주신 루나틱이라 생각했을까.

 

 

 

각박한 세상에서 너무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완벽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보고 싶을 때 추천하는 소설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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