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소위 인생의 노잼 시기인데, 사실 그동안의 인생이 딱히 유잼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슬럼프나 우울감인가 싶다가도 그동안 뭐 얼마나 열심히 살았다고... 걍 책 이외에 재밌는 게 너무 많다 보니 독서를 시작하기까지의 비용이 더 커졌다. 다른 유혹들을 뿌리쳐야 하니. 그래서 지금 소설 한 권을 2주가 넘도록 못 끝내고 있다.
근데 또 어제 하도 책을 안 읽었더니 좀이 쑤셔서 오랜만에 책이라도 펴볼까~ 하고 책을 펴보니, 책 안 읽은 지 고작 4일 되었더라. 나는 한참을 손을 놨던 거 같은데 또 그러지는 않았다. 익숙함에 속아 게으름을 잊었... 관성의 힘을 다시금 체감했다.
내 인생의 주요 목표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새해마다 다짐하는 책 읽기, 운동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등도 사실은 그런 활동들을 "꾸준히 하는 습관 갖기"의 세부 목록들이다. 건설적인 활동들은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그 누적된 학습량이 클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받지 않고"인데, 결국 관성을 만들기 위해 그 직전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2019년부터 "매일 독서하기"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지금까지 4년간 실천하고 노력하고 있다.
2019년도 다이어리에 보면 독서 항목에 5분 읽기, 책 2장 읽기 이런 식으로 소소한 행동부터 시작한다. 책이라도 피게끔 하는 게 목표라면 책 1장 읽기를, 책을 진득하니 펴놓기를 바라면 5분 읽기를, 그러다가 책 펴놓고 멍 때리면 다시 3장 읽기를..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나의 컨디션과 스트레스 지수, 집중도에 따라 사소한 목표를 설정했고 초기 목표에 달성하면 더 하지 않았다. 오늘은 좀 괜찮은데? 하고 3장 읽을 거 5장 읽어버리면 그다음 날에 책 읽기 싫어졌다.
그렇게 조금씩 매일 책 읽기를 습관 들이는 데 꼬박 1년이 걸렸고, 그 뒤로는 책의 권수를 늘리고, 책의 장르를 확장하고, 책에의 몰입도를 높이며 독서 습관을 고도화했다.
물론 그 습관의 과정에서 독서 슬럼프가 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 또 굳이 무리하지 않고 책 안 읽었다. 근데 그때는 책을 안 읽는 시기가 2주 ~ 한 달도 넘어가고 그랬었다. 그리고 그렇게 긴 기간에 걸쳐 읽은 책들은 어영부영 내용도 기억이 안 났었다.
근데 독서 자체가 습관이 된 지금은, 슬럼프도 길어봐야 일주일이고, 그 기간 동안 읽지 않았던 책의 내용도 기억에 남아있다. 일단 많이는 안 읽더라도 깔짝깔짝 조금씩 읽게 되더라. 습관은 이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참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뭐 그렇지도 않은 것. 그래서 좀 쉬었다 다시 시작할 때, 그렇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
사람은 언제든 슬럼프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빠지면 그 이전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무거운 노력을 들여 빠져나와야 한다. 나는 그래서 언제나 '더' 하는 게 두려웠다. 내가 일상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양을 도전한다면 슬럼프에 빠져버릴까 봐.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고,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그 도전을 제 눈앞에 스스로 갖다 대어야 한다.
슬럼프에 빠지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며 슬럼프가 오는 가능성 자체에 공포감이나 억압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방어막이자 무기, 그게 습관의 힘이라고 본다. 결과가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뒤돌아보면 내가 거쳤던 슬럼프들이 사실 굉장히 마이너한 수준으로 보이는 높은 기준을 탑재하게 된다.
물론 이런 습관들로 하루를 다 보내다 보면 문득 의문이 들 때가 있기는 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그저 추상의 무언가를 그려내기 위해 바닥만 닦는 느낌. 심지어 그 그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 있겠거니... 불확실한 기대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일상을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낸다기보다는 그저 태도만을 갖추어 나가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의 습관이 일주일을 구성하고, 그 일주일이 한달, 일년, 평생을 좌우한다.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좋은 모습을 조금씩 그려나간 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하다보면 그것이 무엇이건 결과는 있지 않을까.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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