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건물을 보며 무엇을 느낄까?
인간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가치와 의미,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책
건물의 가치
인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큰 규모의 건축물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포근한 분위기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각 건축물에 포함된 의도와 가치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의 느낌.
그중 인상 적이었던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킴벨 미술관_원에는 시간 개념이 없다.
원의 정의는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을 연결한 선이다. 그래서 시간의 개념이 없다.
하지만 '킴벨미술관'의 지붕 모양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다. 원이 직선 위를 굴러갈 때 이 원둘레 위의 한 점이 그리는 궤적, 원이 굴러가는 행위에 담긴 시간의 개념이 도입된다.
피카소 <우는 여인>과 같은 입체파가 2차원의 그림에 4차원의 시간 개념을 넣듯이, 이 킴벨 미술관에도 반원을 엎어둔 것 같이 연결된 지붕에서 차원을 깨고 시간이 도입된 것이다.
CCTV 본사 빌딩_중력을 이기는 구조
건축물의 가치는 중력을 이기는 구조체라는 것이다.
특히 가분수는 권력, 즉 짓기 어려운 건축물일수록 그 기술력과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 고대에는 고인돌과 피라미드가 그러했고, 현대 건축에서는 CCTV 본사 빌딩이 그러하다.
불가능한 건축을 가능하게 한 기술력과 강도를 높이기 위한 비용 증가를 충분히 지불할 정도의 재력.
이 건물이야말로 그 권력의 총집합체 아닐까.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나
공간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어떤 공간은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특정 공간에 의미가 있음을 종종 잊곤 한다.
우리는 현재 아파트에 살며 자연과 분리되어 살아간다.
방에서 방으로 넘어가는데 외부를 거치지 않고 내부의 '문'만 넘으면 된다.
하지만 아즈마 하우스는 다른 방으로 건너가기 위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오거나 다른 방으로 가는데 생기는 불편함.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옛 한옥의 구조도 그렇고,
우리는 늘 다른 방으로 넘어가기 위해 '자연'을 맞닥트렸다.
현대화된 구조물에 익숙해 자연을 잊어가는 우리에게 경고음 같은 건축물인 듯하다.
또 일본을 가면 중요 건축물 앞에 항상 복잡한 미로가 있다.
이는 외부 침입을 막으려는 기능적 역할도 하지만 권력에 대한 과시이기도 하다. 서양은 공간이 넓기 때문에 탁 트인 공간에서 이동거리를 짧게 하는 시간의 가치가 더 크다. 하지만 동양의 경우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시간의 거리보다 공간의 거리가 더 가치 있기 때문에, 좁은 면적에 최대한 복잡한 미로를 지어 이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공간 자체에 대한 특징도 우리가 어디 사냐에 따라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머릿속에는 공간/구조물/시간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당 건축 특징 역시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다.
여러 성당은 주로 제단이 높은 곳에 있다.
제단 뒤의 문양을 작게 만들어 제단이 커 보이게 하고, 신자들이 밑에서 위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유리를 통해 빛이 들어오고, 높은 천장고를 이용해 성당에 입장함과 동시에 경건함과 경외감을 느껴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유럽의 성당들. 하지만 빛의 교회는 정면에서 자연의 빛으로 승화시켜 어두운 공간을 밝게 만든다.
다음에 꼭 가보고 싶은 성당이다.
가면 자연과 어우러진 교회에, 자연의 빛이 주는 경외를 경험해보고 싶다.
가끔 건축가들은 천재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을 읽어보니 진짜 천재가 맞았다!
주변환경과 어우러진, 건축가의 철학과 투자자의 의도를 포함한,
문제와 한계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기술적으로 현실에 구현한
상상력의 실체.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건축물들이 새삼스레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는 전문가의 지식책을 좋아한다.
각 전문분야를 통해 보는 삶의 식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에게는 역사적 사건을, 건축가에게는 건축물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한 해석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소소하게 건축물의 소개와 그에 얽힌 건축학적 미학을 가볍게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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