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whateverilike 2022. 3. 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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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 속 암호를 통한 보물 찾기와 밀실살인사건의 해결!

흥미진진한 두 플롯의 병행 치고는 지루한 결말.

 

 

 

나는 일본 소설을 싫어한다. 문체나 캐릭터의 성격이 나랑 잘 안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일본 소설을 읽는 이유는...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내가 이용하는 전자책 플랫폼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문학이나 좀 무거운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중 유명한 작가라 읽었지만 역시 일본 소설의 대가답게 내가 싫어하는 모든 요인을 가진 작가였다. 

 

 

 

 


 

 

 

 

소설은 자신의 친오빠가 뜬금없는 산장에서 죽고난 뒤 그 미심쩍은 '자살'을 파악하고자 동생 나오코가 친구 마코토와 함께 산장에 직접 들어가 진상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오코의 친오빠 고이치는 창문과 안쪽 문을 안에서만 잠글 수 있고, 바깥문은 마스터키를 통해서만 열 수 있는 밀실에서 노이로제 상태로 문을 잠가 스스로 밀실을 만들고, 아코니틴이라는 적은 양으로 치사량에 달하는 위독한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다. 그리고 오빠인 고이치가 죽은 하루 뒤, '마리아님은 언제 들어왔지?'라는 엽서가 도착한다.

 

유난히 매년 오는 단골이 많은 깊은 산장, 아들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슬픈 뒷이야기가 있는 영국 귀부인이라는 산장의 원래 주인, 방마다 걸려있는 액자에 적힌 노래와 마더구스라는 구전 이야기까지. 소설은 초반에 흥미진진한 키워드들을 때려 넣는다. 마치 방 액자들의 암호가 중요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산장에 얽힌 여러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주구장창 설명한다. 마침표대로 노래 가사의 순서를 바꾸고, 마더구스라는 고전 영국 소설의 원전을 찾아보고, 구전되는 이야기도 각 방의 손님과 산장 주인, 요리사에게 전해 듣고... 

 

 

 

그러다 오오키라는 숙박인이 또 자살을 하고 나오코와 마코토가 수상쩍은 산장의 암호와 자신의 친오빠 고이치의 자살과의 연관성에 대해 경찰에게 이야기하며 수사는 살인사건으로 방향을 튼다. 

 

 

 

 


 

 

밀실살인과 도미노 살인의 범인은?! 

 

 

여하튼 범인은 구루미와 에나미였다. 이들은 가와사키가 숨겨둔 보물을 갖기 위해서 가와사키와 그 보물이 묻힌 곳에 대한 암호를 푼 고이치, 둘의 살인을 알고 뒷거래를 제시한 오오키까지 다 죽인 연쇄살인범들이다.

 

 

 

고이치와 오오키를 죽인 트릭은 다음과 같다.

 

(고이치 밀실 살인사건)
1. 고이치 살해. 창문으로 도주. 
2. 문으로 들어와 창문을 닫고 기다란 의자 뒤에 숨기.
3. 공범이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고이치의 방에 방문하게 함
4. 다른 사람이 방 안에 들어가 있을 때 숨어있던 의자에서 나와 복도로 나간 뒤 마주친 척 하기.

(오오키 널빤지 살인사건)
1. 부러진 다리를 건너기 위해 튼튼한 널빤지를 준비한 오오키 확인
2. 저녁에 널판지를 낡아서 금세 부러질 만한, 그러나 티는 나지 않는 걸로 바꿔치기
3. 어두운 밤이라 바뀐 널판지를 못 본 오오키가 그대로 널판지를 사용해 널빤지가 부러짐
4. 낙사 

 

사실 재미없어서 소설을 대충 보느라 트릭 역시 대강 맥락만 파악한 수준으로 정확하지는 않다. 

 

 

여하튼 오오키 살인은 그렇다 쳐도 이 소설의 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맥락은 어떻게 밀실에서 고이치를 죽였느냐인데, 결국 답은 "밀실"이 아니라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자살로 고이치의 죽음을 결정짓기 전에 타살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고 단순한 트릭이다. 아니 의자 뒤에 숨어서 까꿍! 하는 것을 소설 내내 숨겨진 최대한의 미스터리로 설정하다니. 읽고 나서 허무했다.

 

 

 

 

 

산장에 얽힌 암호를 푼 뒤, 드러난 보물의 정체는?!

 

 

또 이 살인자들과 버금가게 보물의 존재도 소설의 중요한 획 치고는 매가리가 없었다.

 

 

보물은 가와사키 가문에서 달아난 가와사키가 훔쳐서 숨겨놓은 보석이다. 근데 심지어 이 보석들은 다 가짜나 값어치가 떨어지는 물건들로 팔아봤자 푼돈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가와사키가 보석들도 튈 것을 안 아내가 미리 보석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결국 암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는 보물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암호 풀기에만 열중했을 뿐. 번역가는 이를 "밀실추리물의 전형 위에 암호와 도미노 살인의 긴장감을 중첩시키며 독자들을 혼란의 늪에 빠뜨"리는 흥미로운 점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원래 맥거핀을 싫어한다. 

 

 

그리고 사실 가와사키나 구루미, 에나미는 암호를 잘못 해석했고, 오로지 고이치만 제대로 해석했는데, 고이치의 해석에 따라 새로운 곳을 파보니 그곳에는 백골이 묻혀있었다. 전 산장 주인인 영국 귀부인의 아들. 

 

 

 

 

결국 이 소설에서 중요한 두 큰 흐름.

보물찾기 암호 풀기와 밀실 살인사건은 1. 암호 풀기는 결국 맥거핀이었고, 2.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은 별 거 아니었기 때문에 소설에 큰 한 방이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또한 소설이 끝난 후 에필로그가 두 개 나오는 데, 첫 번째 에필로그는 줄곧 나오코와 마코토의 조력자이자 숙박인이었던 고이치가 사실은 가와사키가 외도로 낳은 아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와사키가 산장의 암호까지 풀어가며 자신의 보물을 숨겼던 이유는 그 아들에게 보석들을 물려주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 에필로그는 영국 귀부인의 아들이 사실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산장을 영국 귀부인에게서 산 산장 주인이 아들을 구했지만, 영국 귀부인을 사랑했던 그는 아들이 존재하는 한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아들을 죽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영구 귀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묻은 곳에 대한 암호를 산장에 남기며 산장 주인에게 산장을 넘기고 자신은 자살한다.  

 

 

이 두 에필로그도... 작가는 나름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지롱!! 두둥!이라는 느낌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지만 모든 등장인물을 구우우우우우웅ㅇ욷이 연관 지어야 하나... 결국 사랑 어쩌구, 파수꾼, 죄와 벌 어쩌구... 이런 느낌이라 허세만 느껴졌다.

 

 

 


 

 

 

 

소설이 전반적으로 매가리가 없다. 이제 일본 소설 그만 읽어야겠다. 보면서도 흥미 없어서 짜증 나고 쓰면서도 쓸 만한 내용이 불평밖에 없다. 나는 항상 이런 추리소설의 트릭이 허무하다거나 별로였다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이 트릭들을 풀거나 맞춘 건 아니다. 그냥 내 기대만큼 흥미로운 트릭이 아니었던 것뿐이다.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소 글을 재밌게 보는 사람이라면

그의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로 즐길 수 있을만한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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