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책 100권 읽은 후기 ㅣ 가랑비에 옷 젖는다

whateverilike 2022. 4. 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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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책 100권을 읽었다.

경☆100번째 책 : 도덕의 기원 -마이클 토마셀로

 

다독가들에 비해 많이 읽는 건 아니겠지만, 100이라는 숫자보다 2년 정도 꾸준히 독서를 하니 생기는 변화를 최근에야 인식하기 시작했다.

 

 

 

 


 

 

 

 

독서를 습관으로 들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그즈음부터 어휘력이 처참하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단어가 잘 기억이 안 나고 문장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대명사를 사용하고, 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다. 띄어쓰기가 매번 어렵고, 단순한 단어들도 철자가 헷갈렸다. 상대방의 말의 의도 및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한 번 더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다른 건설적인 활동을 하며 단순히 책만 안 읽은 정도라면 이 정도로 어휘력이 처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인터넷으로 이미지, 단편적 밈만 보다 보니 뇌세포가 퇴화한 기분이 들었다.

 

 

Input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싶어 단순한 판단에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집중력이 10분도 안 되고 책을 읽다 졸거나 심지어 읽기 싫어서 짜증까지 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에 5분만이라도, 1장만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습관을 들이기 꼬박 1년이 걸렸다. 1년 정도 되니 매일 책 읽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고 한동안 책을 안 읽으면 '슬슬 책을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이미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새해 목표에 독서가 들어가 있는 거 아닐까.

 

 

난 독서를 시작한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책을 100권 읽은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독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습관이 되었다'라는 말과 동어반복이기는 한데, 책을 읽기 위해 따로 마음먹지 않아도 된다. 그저 책이 옆에 있으면 자연스레 책을 펴게 된다.

 

 

보통 독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저항력이다. 책을 읽기 너무 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책에 거부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애물을 넘어서면 독서는 더이상 부담스러운 현학적 지식 탐구가 아니라, 그저 편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된다.

 

지금도 나는 하루에 일정 시간동안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을 틈틈이 찾고 있다. 딱히 독서가 너무 재밌어서 언제 읽을 수 있지? 너무 설렌다! 의 느낌은 아니지만 하루 중 당연하게 핸드폰을 틈틈이 하는 것처럼 대중교통 안이나 근무시간 전후 책을 읽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시간에는 독서를 택한다.

 

 

 

말이 끊기지 않는다

 

한창 어휘력이 떨어졌을 때는 한 문장을 만드는 데도 여러 번 끊김이 있었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거나 문장 흐름이 이상하다고 스스로 느껴져 버퍼링처럼 뇌가 정비하는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회복하고 있다. 단어도 다양하게 구사하고 원하는 표현을 정확한 단어로 발화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모르는 단어나 말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 문장 정도는 끊김 없이 스무스하게 완성할 수 있다.

 

이 효과 하나만으로 독서의 필요성은 다 했다고 본다. 말을 더듬거나 왜, 그, 그거 있잖아요 같은 표현으로 횡설수설하면 바보 같아 보이니까.

 

 

 

기억이 잘난다.

 

책 '어른의 어휘력'에 '당신이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는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문장에 너무나도 공감하여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 확실히 독서량이 많아지니 문장 단위로 기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데, 다른 학습능력도 향상되는 파생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외국어 공부를 하든, 기타 자기계발을 하든 기억력은 기본 스탯이다. 특히 최근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 나로서는 영어 기사를 읽고 그 문장을 외웠다가 직접 써보는 작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때 한 문장 정도를 외울 수 있다는 건 공부하기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본인인증 비밀번호 6자리조차 허덕이던 과거에 비해 장족의 발전이다.

 

 

 

 

 

 


 

 

 

 

그렇다고 독서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아니다.

흔히 독서를 하면 현인이 될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고작 100권 독서한 걸로는 그 정도는 불가능하다.

 

 

 

지식이 넓어졌는가?

 

독서를 하면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 교양을 어쩌고 하는 건 선입견일 뿐이다. 혹은 독서에 대한 과신. 책 한 번 읽는다고 모든 지식을 알게 되려면 전제조건은 순간 기억력 천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이나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었지만 어느 정도의 맥락만 기억하는 수준일뿐 각 잡고 공부해 지식을 '축적'하는 느낌은 없다. 사실 이게 좀 아깝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공부하듯이 메모하고, 외우고, 그런 독서는 금방 지치더라. 콩나물에 물 주듯 나중에 유사한 소재를 보게 되면 더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냥 넘어간다.

 

또한 사실 지식 확장이야 요즘에는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더 단기적으로 획득할 수 있으니 독서만의 장점은 아니리라. 다만, 독서는 맥락을 파악함에 있어 훈련이 가능하기는 한다. 문장과 문장의 숨은 의미, 문단의 주요 소재, 단원의 주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책의 교훈 등 문맥을 파악한다면 더 높은 수준의 독서와 사고가 가능할 것이다.

 

 

 

문장가/달변가가 되었는가?

 

글을 잘 쓴다거나 말을 연설가처럼 잘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언어가 그렇듯이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영역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독서한 지 한 일 년 정도 되었을 때, 여전히 말을 더듬고 대명사를 남발했을 당시에는 엄청 불만이 컸다. 아니 책을 이 정도 읽었으면 말을 좀 잘해야 하는 거 아냐?? 근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영어공부를 할 때도 reading 따로 speaking 따로 공부하지 않나. 영어 회화 학원에서 회화만 따로 공부하고 연습하고, 발화량을 높이려 애쓰면서 왜 한국어는 회화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걸까. 모국어라 하지만 결국 언어인데 말이다.

 

 

그래서 한 번은 한글 기사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왜 영어기사 한 문장을 외워서 노트에 적어보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그 문장을 다시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게 영어 작문 늘리기에 최적의 방법이라 하는데, 한글에도 적용해 공부해본 적이 있었다. 근데 확실히 한글 공부도 필요하다 느꼈다. 내가 평소에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나 문법적인 오류가 많은 문장들을 공식적 자료에도 쓰고 있었음을 체감했다. 또 단어의 정확한 용례를 고려하지 않고 문장을 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오는 25일에는 영화관·실내체육시설·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음식물 섭취 금지 조치도 모두 해제된다."라는 문장에서 음식물 섭취/취식의 구분이나 사용례를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더 한국어의 고급 어휘를 사용하게 된다거나, 문맥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변화는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물이 다 빠진 콩나물이 자라듯이.

지금은 적어도 한 주에 한 권의 책은 읽고, 책의 권수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예전에는 책에 속도를 맞췄다면 이제는 책을 내 속도에 맞춘다. 나 혼자 허덕이며 책을 읽다 보면 한 책을 며칠, 몇 주만에 끝낼 수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이 정도 책이면 3일이면 다 읽을 수 있겠네~의 추정과 이 책은 이번주내로 다 읽어야지의 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수동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독서로 좀 더 다채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을 것이고 이 습관이 5년, 7년, 10년 쌓이면 또 무슨 변화가 생길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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