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중독과 무절제의 온상.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중독에서 벗어나자.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망각의 길을 찾는 대신, 세상에 몰입하면 어떨까?
최근 도파민 중독, 전두엽 손상이라는 워딩이 심심찮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된다. 인스타그램 팔로잉이 2000명이 넘고 모든 OTT 서비스를 가입한 이수혁이 도파민 중독이 맞는 것 같다는 유머성 게시글도 올라왔다.
핸드폰 커뮤니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결과 최근 아이들은 문해력이 떨어지는 문제의식까지 유도하는 현실을 농담조로 칭하는 말이다. 그만큼 모바일 이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스스로의 뇌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는 것이며, 이런 모바일 이용 역시 중독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정신상담가로 여러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바탕으로 성중독, 찬물 목욕 중독, 로맨스 소설 중독, 마약 중독, 알콜 중독 등 다양한 중독들을 소개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건전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실제 사례들인 만큼 굉장히 대담하고 특이한 중독들이 소개된다. 자위 중독으로 스스로 기계를 만들기까지 하거나,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중독이 되고. 근데 그들의 실제 이야기라 읽는 나 역시 그 중독의 과정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그러나 다시 중독 행위를 하게 되는 그 과정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작가 또한 과거 로맨스 소설에 중독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담자들에 충분히 공감하고 판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도파민이란 소위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껴 중독에 이르게 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어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강박적 과용 혹은 중독이라 칭한다. 이런 도파민에 중독되면 뇌 속의 "쾌락-고통 저울"으로 쾌락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되고, 실제 해야 하는 일들을 수행하지 못하고 주변인과의 관계도 망가지게 된다. 도파민에 과다 노출되면 감각적 보상경로가 삶의 지배적 동력이 되며 전두엽 피질 위축증을 앓을 가능성이 커지고 dislay discounting을 크게 느껴 장기적인 미래의 더 큰 보상보다는 즉시 보상을 더 선호하게 된다. 그 유우명한 마시멜로우 실험에서 15분 뒤의 마시멜로우 2개보다는 현재의 마시멜로우 1개를 덥썩 먹는 것이다.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가는 DOPAMINE을 소개한다.
나와 중독을 이해하는 7단계 DOPAMINE
Data. 너 자신을 알라. 무엇에 얼마나 자주 의존하는 지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박적으로 하는 행위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 습관적으로 들어가 모든 게시글을 읽고 이미 본 게시글까지 다시 확인한다면 SNS 중독일 것이다.
Objective. 목적. 그 행위를 통해 얻는 것. 왜 하게 되었는가를 파악하라.
우등생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면 주변 압박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의사가 로맨스 소설에 빠졌다면 치료 과정에서 듣게 된 부정적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Problem. 중독의 악영향을 찾아라.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맛있는 도넛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걸알면서도 살이 찌고 난 후에, '왜 요즘 살이 쪘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아내지 못한다. 작가의 로맨스 소설 중독에의 결과는 가정에 소홀해지는 것이었다. 이처럼 중독의 결과로 나타난 부정적 현실을 찾아야 한다.
Abstinence. 30일의 절제.
항상성을 통해 덜 강한 보상에서도 쾌락을 얻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만약 30일간 중독의 대상을 끊었는데도 여전히 뇌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면 다른 정신질환을 중복으로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Mindfulness.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Insight. 여기까지 실천한 결과 통찰 및 깨달음을 얻는다.
절제를 하며 힘이 너무 들고, 무기력하고, 심지어 우울하기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쾌락-고통 균형이 쾌락 쪽으로 다시금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한 달의 절제 이후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중독의 대상을 멀리한 생활은 어땠는지를 돌이켜본다.
Next steps. 한달 금단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중독 대상을 계속하고 싶은지 끊고 싶은지를 파악한다.
무조건 중독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30일간의 절제 후 중독 대상에서 벗어난 삶이 좋았다면 끊으면 될 것이고, 어렵다 싶으면 대체제를 통해 중독을 '조절'하며 살아가면 된다. 항정신성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피오이드 차단 약제를 약한 강도로 지속 섭취하는 치료법도 있다.
Experiment. 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
중단의 방법 중 무엇이 통하고 통하지 않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극단적인 방법을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의 중독인 경우 그 쾌락이 장기기억으로 해마에 저장되어 중독을 끊고도 몇 년 뒤 사소한 노출에 다시 중독된다. 따라서 중독에서 100% 완벽하게 도피하기보다는 평생에 걸쳐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자신에게 적절한 절제법을 알아가야 한다.
중독 관리를 위한 자기구속 3단계 접근법
자신의 중독에 대한 상태를 정확히 진단했으면 자기 구속의 3단계 접근법으로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1. 물리적 자기 구속
성중독의 경우 기계를 쓰레기통에 버리기, 금고에 넣기 등이 해당된다.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가장 간단한 해결법
2. 순차적 자기 구속, 시간제한과 결승선
단기적 시간제한에서 점점 시간을 늘려 중독을 끊어내기. 스트레스 해소로 음주를 하는 경우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혹은 그 반대로 마약을 해야 활발함과 학업에의 집중도를 올릴 수 있는 경우, 시험기간에만 마약 하기 등의 시간/case의 한계를 정해두는 것.
3. 범주적 자기 구속, 넓은 그물 치기.
중독 대상 뿐 아니라 갈구하게 만드는 계기도 금지하는 것. 자위 중독인 경우 단순한 기구뿐 아니라, 포르노,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 등 사소한 도화선이라도 전부 차단하는 것.
하지만 도파민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실감 소실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친밀감의 폭발은 우리 뇌의 내인성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데 이는 값싼 쾌락으로 급증하는 도파민과 달리 적응성이 뛰어나고 활기를 되찾아주며, 건강을 증진한다. 결국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의 궁극적 '행복'과 같다. 단기적이고 즉흥적 쾌락이 아니라, 독서·자연·산책 등을 통해 얻은 장기적 쾌락,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에 중독되었다.
고통을 극도로 꺼리고 부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 sns 등 현실에서의 도피를 택한다. 이전에 고통은 몸이 건강하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오늘날 어린 시절의 정신적 고통 및 트라우마는 성인기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프로이트식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및 강요를 주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든든한 지원과 안락한 삶에서 자란 아이들이 예민하고 우울감을 많이 느끼며 이는 오늘날 미국 성인의 25%, 어린이 5% 이상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현실을 유도했다. 작가 역시 항정신성 약물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없애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객관성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지나치게 지루함과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쓴다는 사실을.
저울의 교훈
1. 끊임없는 쾌락 추구(그리고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낫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유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실제 내담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어렵지 않게, 구연동화 듣듯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상태를 점검하고 평소 고치고 싶은 강박/중독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 애나 렘키의 도파미네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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