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종의 기원을 통해 생각해보는 인간 본성

whateverilike 2024. 3.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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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죽어 있는 엄마, 동네에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살인 사건.

기억과 거짓, 진실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범인은 누구이며, 나는 왜 아무런 기억이 없는가.

 
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 종의 기원 줄거리, 결말, 스포주의

 

 

종의 기원 줄거리

 

나는.. 종의 기원이 스릴러인 줄 모르고 봤다^^

정세랑 작가랑 헷갈려서 휴머니즘~ 이런 내용 기대하고 봤는데 뭔가 심상치 않더라...

종의 기원은 주인공인 유진의 과거 기억과 현재 기억, 유진이 기억하는 사실과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을 혼재되어 진행된다. 시간도, 시점도, 사실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채 뒤죽박죽 진행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유진의 혼란스러움에 몰입할 수 있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근 26년간 약을 먹었다.

이모와 엄마가 준 불안증에 좋은 약은 수영을 목숨만큼 좋아하는 유진의 능력을 저하시켰고 결국 약을 안 먹은 날 원래 기량을 발휘해 계속 엄마를 속이고 약을 먹지 않자 엄마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영을 중단하게 된다.

 

그 이후 대학 입학, 로스쿨 입학시험 치른 후 결과가 나오는 날 아침,

눈을 뜨자 유진의 몸이 축축하고, 거실로 내려가자 엄마가 죽어있다. 목에 예리한 무언가로 잘린 자국과 함께.

 

유진은 종종 몰래 약을 먹지 않은 날에는 어떠한 충동에 휩싸여 몽유병처럼 거리를 달리고, 그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집에 들어오고는 하는데, 그날도 역시 그러했다. 어쩔 줄 모르던 유진은 어렴풋이 '넌 그때 죽었어야 했어'라고 외치는 엄마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 같이 사는 의붓형 해진을 속이며 사건을 전개해나간다.

 

유진의 엄마 지원이 유진의 어린 시절부터 적어온 수첩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유추해 나가는데,

알고 보니 유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프레데터, 즉 최상위 사이코패스였고, 그를 억제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였던 이모 혜원의 강력한 주장으로 계속 약을 복용해 왔던 것.

 

그러나 가끔 약을 몰래 먹지 않은 날 유진은 스스로도 누군가를 공격해 공포를 야기하는 행위가 즐거움을 스스로 알았다.

 

 

악의 기원과 점화_자기충족적 예언의 전형

 

유진의 엄마가 유진을 계속 의심하고 그의 본성을 억누르려 했던 이유는 유진이 그의 형과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유진의 형 유민이 먼저 서바이벌 게임을 제안했고, 도망치다 스스로 물에 빠진 것이다. 그런 유민에게 마지막 공격을 하려다 벼랑 끝의 유민이 떨어진 것이고 아빠는 유민을 구하려다 바다에 빠져 둘 다 죽는다. 결국 이 사고 이후 경찰에게 유진이 진술한 '형을 구하려 손을 뻗었는데 잡지 못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엄마가 생각한 것처럼 유민을 밀지도 않았지만, 결코 구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라는 것.

 

결국 엄마인 지원이 그녀의 여동생 혜원의 종용에 따라 자신의 아들이 후에 큰 문제를 저지를 것이라 생각해 약인 '리모트'를 먹인 것이 되레 화를 불러 약을 끊은 시점에 유진의 충동을 강화하고 살인까지 하게끔 만들었다.

 

실로 자기충족적 예언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오이디푸스 신화나 마교의 기원과 같이, 특정 사건 발생의 가능성을 알고 미리 피하려 했던 행동이 오히려 그 사건 발생의 발화점이 되는 것.

 

정유정 작가는 악의 파편들, 악이 어디서 발생하고 어떻게 점화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소설에서의 악의 점화는 바로 주변인의 불신이자 억압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유진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어 유진의 약물 복용이 부당하고 그의 억압이 처절하게 느껴졌던 거지, 실제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는 아이들의 가방에 무서운 그림을 그려 넣고, 타인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는 어린 나이부터 치료를 하고 사회와 격리해야 하는 게 일반인의 시각 아닌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실현된 악의 발현은 안타깝지만, 어찌 보면 유진의 자기합리화 같기도 하다.

 

 

 

사이코패스가 범인!

 

결국 종의 기원의 결말은 이렇다.

유진이 지원이 걱정되어 찾아온 혜원까지 죽이고, 지원을 걱정하고 혜원과 연락을 주고받다 유진이 살인자임을 알게 된 해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자신이 신뢰하는 해진이 유진에게 자수할 것을 종용하자 범인을 해진으로 몰고 가기 위해 일부러 굼뜨게 행동하고, 자수하러 가는 차를 돌려 저수지로 일부러 처박힌다. 본인은 유유히 수영으로 빠져나가고, 새우잡이 배로 가 신원을 감추고 일을 하고 마침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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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천성적인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그린 캐릭터인 만큼 스릴이 장난 아니었다. 특히나 기억 상실과 정신병을 오고 가는 묘사는 사건을 혼란스러움을 배가시켰지만 그렇기에 몰입이 더 잘 되었다.

 

유진이 해진에게 덮어씌우려는 움직임이 나왔을 때 너무 몰입해서 더 이상 책을 못 읽고 덮었을 정도.

 

하지만, 살인자는 왜 꼭 사이코패스여야 하나.

엄청난 사건의 반전! 최고의 악당! 은 늘 인간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이제 좀 진부하다.

마치 절음발이가 범인!! 이라고 외쳐 한동안 그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사실 범인인 플롯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처럼.

 

 


 

 

 

'악'이 선천적인가? 악이 절제될 수 있는가? 악한 사람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는가? 환경에서 오는 억압에 의한 악의 발현은 어떤 방식인가. 악을 억압함으로써 발현하는가 아니면 절제 없이 발현하는가.

 

 

책을 읽을 때는 극도의 몰입감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하고,

책을 덮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스릴러 소설.

정유정 작가의 필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종의 기원」이었다.

 

 

 

종의 기원:정유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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