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거짓말, 유토피아에서
이야기, 스토리, 네레티브까지.
모두 이야기가 구성하고 있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인간의 서사적 자아, 이야기/스토리/내러티브
우리는 왜 이야기, 서사적 스토리에 집중하는가.
이야기, 스토리, 내러티브는 각각 구분된다.
스토리는 이야기되는 내용, 이야기는 이것이 어떻게, 어떤 수단과 동기로 행해지는지, 내러티브는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야기가 전해지는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서,
나무 열매는 따 먹은 여자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당한 남녀에 대한 스토리의 경우 이야기는 유혹, 죄책감, 추방에 대한 것이지만, 이러한 이야기의 지배적 내러티브는 '여성은 위험하다'인 것이다.
이야기는 여전히 통용된다.
뉴스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은 여전히 재생산된다. 이민자를 표시할 때 두건을 쓴 여성의 픽토그램으로 보도하는 독일의 경우, 실제로 독일에 거주하는 무슬림 70%는 두건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이미지가 과잉 노출됨으로써 독일의 문화가 두건을 쓴 여성들에 의해 위협받는다는 인식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네오나치를 표현하는 군화 이미지 역시 '타민족은 위험하다'는 내러티브를 재확산시키기 위한 스토리의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내고 있다.
트위터와 SNS 과잉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의 경우 한 이미지가 주는 서사적 힘은 점점 강력해지고,
우리는 일상은 시각적 서사와 서사적 코드로 이루어져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왜 인간은 영웅 서사에 열광하는가
모든 국가의 탄생 신화는 영웅 신화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해리포터, 헝거 게임, 마블과 같이 영웅의 이야기에 세계는열광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모험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이다.
인간 존재로서 우리는 개인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다수의 투쟁에 가담한다.
그 외에도 우리는 지혜를 동경한다.
즉 우리는 우주와 그 안에서 우리 역할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한다.
신화학자 에바 투리, 마가렉 드비니
결국 인간이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그것이 우리 삶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굉장히 많은 갈등과 고난을 겪는데, 그 고통을 이겨내 성공을 이룩해내는 영웅의 모습이 우리 인생의 또다른 해답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불확실한 모험을 찾아 나선다. 결국 자기 자신을 찾는 모험을 언제든 떠난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의 '주인공(protagonist)'이 되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작별 인사」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야기'다.
이야기가 끝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다. 하지만 로봇은 그 끝과, 이야기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서사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우리의 삶, 신화, 정치는 전부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고, 구전된다.
왜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인간의 서사적 본능. 사회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 따라서 내러티브는 소통적인 거울 시스템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가상 거울 안에서 우리는 정체성과 행동, 의지에 대한 구상을 떠올리고 시험해 보고 연습하고 다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가
한 단어 내러티브, 딥 스토리
이런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정치권력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버네이즈인데, 그는 최고의 로비스트로 여성의 평등권을 근거로 여성에게 담배 판매량을 증가시켰던 사람이다.
오바마는 오바마 케어, 즉 미국의 국민 건강 보험을 주장할 때 가성비가 있고 지불할 만하다(affordable)는 '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기본권이 아닌 소비재로서 국민 건강 보험을 탈바꿈시키는 패착을 저질렀다.
또한 미국의 딥 스토리(사회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는 바로 성공주의 신화이다. 최초 청교도가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그들은 영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나은 희망'을 갖고 정착했을 것이다. 이런 성공주의 신화는 아메리칸 드림으로 표방돼 미국을 대표하는 딥 스토리가 되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가 미국에서 유독 시작되는 이유도 그 '환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딥 스토리의 일환일 것이다.
인간의 서사적 본능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스토리 101 같은 전공 서적의 책,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구조, 원형부터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언어학, 역사, 정치까지 다루기 때문에 인간의 서사적 본능에 대해 집대성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소재에 애정을 가진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이 그런데, 각주가 굉장히 자세하고 이야기와 내러티브를 다루는 작가의 태도가 진중하고 애정이 깃들어있다.
비전문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블, 해리포터, 헝거게임까지 동원해 그 설명을 부가적으로 추가하는 작가의 노력에 감화해 나도 열심히 읽게 된 책이다.
'이야기'나 '소설'에 대한 입문서로 추천하는,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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