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ㅣ시간의 깊은 눈, 우리는 미래와 과거를 살아간다

whateverilike 2024. 2.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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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읽어갈수록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신기한 소설.

직장인 독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작가 김연수가 짧지 않은 침묵을 깨고 신작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출간한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2013)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여섯번째 소설집이다. 그전까지 2~4년 간격으로 꾸준히 소설집을 펴내며 ‘다작 작가’로 알려져온 그에게 지난 9년은 “바뀌어야 한다는 내적인 욕구”가 강하게 작동하는 동시에 “외적으로도 바뀔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진”(특별 소책자 『어텐션 북』 수록 인터뷰에서) 시간이었다. 안팎으로 변화를 추동하는 일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연수는 소설 외의 다른 글쓰기에 몰두하며 그 시간을 신중하게 지나왔다. 변화에 대한 내적인 욕구와 외적인 요구는 작가를 어떤 자리로 옮겨오게 했을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작가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끝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김연수의 변화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김연수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흐르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시간을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현재의 시간을, 즉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설득해낸다. 특별한 점은 그 가능성이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떠들썩했던 1999년 여름, 동반자살을 결심한 스물한 살의 두 대학생은 뜻밖의 계기로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 『재와 먼지』를 접한 뒤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고(「이토록 평범한 미래」), 아이를 잃고 아득한 어둠 속에 갇혀 있던 한 인물은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다 앞에서 이백 년 전에 그 바다를 지난 역사 속 인물인 ‘정난주’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난주의 바다 앞에서」). 그뿐 아니라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마치 이야기가 현재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실험하는 신중한 관찰자처럼. 그렇게 이야기와 삶이 서로를 넘나들며 아름답게 스며드는 과정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왜 어떤 삶은 이야기를 접한 뒤 새롭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이야기를 사랑하면 왜 삶에 충실해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야기가 지닌 힘을 끝까지 의심에 부친 끝에 도출해낸,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김연수의 각별한 결과물이다.
저자
김연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0.07

과거를 기억하는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가는,

세 번째 삶, 그 평범한 미래는 어떤 것인가.

 

 

만약 우리가 미래를 알고 현재를 살아간다면

 

소설은 총 8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모든 소설에는 과거와 현재의 유사한 사건이 병치되어 전개된다.

특히 과거 사랑했으나 이어지지 못한 인물이 현재의 특정 사건과 겹치며 과거에 빗대 현재에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초반에는 조금 진부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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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된 첫 번째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읽자마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이 어떤 여자에게 고백을 하고 그 여자는 고백에 대한 가부가 아닌 '특정 나이가 되면 같이 자살해 줘'라는 터무니없고 약간은 중2병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리고 남자는 소설을 좋아했던 자신의 삼촌에게 여자가 찾고 있는, 과거 금서로 지정되어 사라진 소설을 아느냐 묻고, 그 삼촌은 바로 기억하며 소설의 줄거리를 알려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특정 나이가 되면 자살하기로 하고, 그 나이에 도달하여 자살하자, 놀랍게도 처음 고백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그 삶을 살아간다. 최초의 고백 시점에 그들이 서로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을 꺼내놓았는지 새삼 깨달으며.

 

자, 여기서 이 소설의 작가는 알고 보니 바로 여자의 엄마였다! 자신의 엄마가 소설 속에서 한 이야기와 같은 터무니없는 자살 제안을 하는 딸이라니. 너무... 뭐랄까. 부족한 어휘력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일본 소설/애니메이션스러웠다.

 

여하튼 이 단편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현재를 살아가면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이후로도 직장인 독서 추천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이런 구조로, 이런 못다 이룬 과거의 사랑과 현재, 미래의 병치로 각 단편이 진행된다.

 

과거의 우리는 이토록 또렷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는 건 불가능한 것일까?

 

 

인간은 160년을 살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앞의 모든 스토리가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감탄과 함께 직장인 독서 책을 덮게 되었다.

 

해당 단편은 과거 할아버지의 기억을 모아 역사 사례집을 엮고자 할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를 쭉 들은 사람의 깨달음에 관한 글이다. 할아버지는 먼 과거를 직접 살았던 것처럼 묘사했으며, 미래 세대도 그렇게 이어지리라 믿었다.

입에서 입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이어져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럼 그는 또 먼 160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개인의 세 번째 삶이, 인류의 세 번째 삶이 되는 것이다.

 

이질적인 다른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정의야. 그렇다면 신의 정의는 모든 이를 받아들인 존재. 모든 이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일 수밖에 없겠지.
가능한 모든 세계를 인식하는 게 바로 신일 테니까.

 

 

우리는 미래를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사는 것처럼.

 

그렇게 160년이 넘는 기억을 갖고 세 번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작가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이다.

설령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더라도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고, 깊은 시간의 눈으로 봤을 때의 사소함과 소중함을 구분할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과거를 기억할 수 있고

그렇게 미래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사실 중간에는 좀 대강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끝에서 느끼는 감상은 남달랐다.

처음부터 직장인 독서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를 알아채고 차근차근 단편들을 읽었으면 더 그 의미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선입견에 쌓여 초반을 놓진 것이 아쉽다.

 

새삼 소설의 효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소설은 비문학과 달라서 그 쓰임새를 곧바로 깨닫지 못한다.

일상에서 적용해 볼 수도 없고 실험적으로 확인해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소설을 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문화기술지와 다름없다.

 

다음부터는 처음에 재미가 없더라도 마음을 열고,

과연 내 인생, 사회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삶의, 인류의 장기적인 태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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