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를 읽어갈수록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신기한 소설.
직장인 독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
과거를 기억하는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가는,
세 번째 삶, 그 평범한 미래는 어떤 것인가.
만약 우리가 미래를 알고 현재를 살아간다면
소설은 총 8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모든 소설에는 과거와 현재의 유사한 사건이 병치되어 전개된다.
특히 과거 사랑했으나 이어지지 못한 인물이 현재의 특정 사건과 겹치며 과거에 빗대 현재에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초반에는 조금 진부하기까지 했다.
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된 첫 번째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읽자마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이 어떤 여자에게 고백을 하고 그 여자는 고백에 대한 가부가 아닌 '특정 나이가 되면 같이 자살해 줘'라는 터무니없고 약간은 중2병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리고 남자는 소설을 좋아했던 자신의 삼촌에게 여자가 찾고 있는, 과거 금서로 지정되어 사라진 소설을 아느냐 묻고, 그 삼촌은 바로 기억하며 소설의 줄거리를 알려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특정 나이가 되면 자살하기로 하고, 그 나이에 도달하여 자살하자, 놀랍게도 처음 고백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그 삶을 살아간다. 최초의 고백 시점에 그들이 서로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을 꺼내놓았는지 새삼 깨달으며.
자, 여기서 이 소설의 작가는 알고 보니 바로 여자의 엄마였다! 자신의 엄마가 소설 속에서 한 이야기와 같은 터무니없는 자살 제안을 하는 딸이라니. 너무... 뭐랄까. 부족한 어휘력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일본 소설/애니메이션스러웠다.
여하튼 이 단편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현재를 살아가면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이후로도 직장인 독서 추천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이런 구조로, 이런 못다 이룬 과거의 사랑과 현재, 미래의 병치로 각 단편이 진행된다.
과거의 우리는 이토록 또렷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는 건 불가능한 것일까?
인간은 160년을 살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앞의 모든 스토리가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감탄과 함께 직장인 독서 책을 덮게 되었다.
해당 단편은 과거 할아버지의 기억을 모아 역사 사례집을 엮고자 할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를 쭉 들은 사람의 깨달음에 관한 글이다. 할아버지는 먼 과거를 직접 살았던 것처럼 묘사했으며, 미래 세대도 그렇게 이어지리라 믿었다.
입에서 입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이어져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럼 그는 또 먼 160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개인의 세 번째 삶이, 인류의 세 번째 삶이 되는 것이다.
이질적인 다른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정의야. 그렇다면 신의 정의는 모든 이를 받아들인 존재. 모든 이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일 수밖에 없겠지.
가능한 모든 세계를 인식하는 게 바로 신일 테니까.
우리는 미래를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사는 것처럼.
그렇게 160년이 넘는 기억을 갖고 세 번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작가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이다.
설령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더라도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고, 깊은 시간의 눈으로 봤을 때의 사소함과 소중함을 구분할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과거를 기억할 수 있고
그렇게 미래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사실 중간에는 좀 대강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끝에서 느끼는 감상은 남달랐다.
처음부터 직장인 독서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를 알아채고 차근차근 단편들을 읽었으면 더 그 의미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선입견에 쌓여 초반을 놓진 것이 아쉽다.
새삼 소설의 효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소설은 비문학과 달라서 그 쓰임새를 곧바로 깨닫지 못한다.
일상에서 적용해 볼 수도 없고 실험적으로 확인해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소설을 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문화기술지와 다름없다.
다음부터는 처음에 재미가 없더라도 마음을 열고,
과연 내 인생, 사회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삶의, 인류의 장기적인 태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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