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312호에서는 303호에 사는 여자가 보인다ㅡ피터 스완슨

whateverilike 2022. 4.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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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의 개방성과 인간관계의 폐쇄성.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갈까.

 

 

 

 

 

피터 스완슨의 책은 두 번째로 본다. 예전에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몰입하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작가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작가의 이전 작품의 특성을 답습한 책으로 처음 피터 스완슨의 책을 읽었을 때만큼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김치찌개 맛집 느낌으로 작가 특유의 스토리 전개와 문체, 등장인물간 서사는 흥미로웠다.

 

 

 


 

 

 

 

소설은 영국에 살던, 남자친구의 스토킹으로 죽임을 당할 뻔한 케이트가 미국에 사는 자신의 친척 코빈과 집을 바꾸며 시작한다.

 

그러나 케이트가 이사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살해당한 주민의 시체가 발견되고, 전 남자 친구의 데이트 폭력으로 도착증이 있던 케이트는 코빈의 집에서 살해당한 주민의 이니셜이 적힌 열쇠를 발견하고 사실 코빈이 그녀를 죽인 건 아닐까 의심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창문에서 살해당한 주민을 훔쳐보았던 이웃 남자 앨런, 살해당한 주민과 친한 친구였다며 주민도 아니면서 공동주택을 계속 떠도는 의문의 남자를 만나며 살해에 대한 진실에 다가간다.

 

 

 

공동주택이라는 특정 배경으로 관음증, 살인 협박,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정신착란 등 다양한 범죄와 현대적 정신병들이 소개된다. 그중 최고봉은 역시 '사이코패스'. 살해자는 코빈의 '친구'이자 살인메이트 헨리였다. 

 

케이트의 친척 코빈은 그의 과거 친구였던 헨리와 첫 살행을 저지르고 그 이후 바람을 피는 여자들을 타겟으로 살해하다 코빈이 추가적인 살해를 거부하자 그 뒤로 코빈이 만나는 여자들을 살해했던 것이다. 그 증거로 헨리는 살해 후 시체를 세로로 길게 반으로 가른다. 너와 나의 몫이라는 듯. 코빈과 케이트가 친척임을 알게된 헨리가 케이트를 죽이려 하고, 코빈은 몰래 미국으로 돌아와 헨리와 몸싸움 끝에 사망한다. 

 

 

 

결국 살인자를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연인관계의 폐쇄성 때문일 것이다.

'ㄷ'자 형태의 공동주택으로 맞은편 집 창문을 통해 주민의 취미, 저녁 시간, 남자 친구 등을 모두 훔쳐볼 수 있지만 , 결국 가장 깊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private관계의 극단인 남녀관계로 살인의 동기와 목적은 밝혀지는데 한참이 걸렸다. 또한 그 살해의 동기는 결국 당사자들만 알 수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에서 결국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인간들은 서로를 어떻게 알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대인의 소통 방식과 관계 형성에 대한 고찰을 던진다.

 

 

 

 

 

  

작가는 늘 주인공을 죽인다. 

마치 클리셰를 깨듯이 투톱 주연 중 한 명을 투톱 주연이 서로 긴밀해지게 된 원인에 의해 살해당하게 한다. 「죽여마땅한 사람들」에서 남자 주인공이 그와 여자 주인공이 친밀해진 계기인 전 아내의 불륜남에게 살해당하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서로 집을 바꾸고 비밀을 공유한 계기가 된 헨리가 코빈을 죽인다. 

 

 

대체 왜 정상적인 남자가 나오지 않는 걸까.

케이트를 스토킹하며 옷장에 가둬두고 자살을 한 전 남자 친구, 다른 남자와 양다리를 걸쳤다는 이유만으로 헨리와 같이 여자를 죽인 코빈, 주제넘은 정의감으로 여자를 죽이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이코패스 헨리. 심지어 케이트를 지켜보며 도와주려 한 이웃 남자 앨런도 사실 창문으로 다른 '여자'의 집을 훔쳐보는 관음증 스토커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살인자 좀 그만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 소설 「죽여마땅한 사람들」은 굉장히 재밌게 읽었는데, 일단 살인자가 살인에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애먼 남자를 울리는 여자를 처단하는 정의감이니 뭐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던 건 아니지만... 그리고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은 항상 너무나 완벽해서 당사자가 외부로 살인자에 대한 힌트를 줘야 비로소 범행이 밝혀진다.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앉은자리에서 금세 술술 읽을 정도로 재미는 있다. 하지만 서스펜스의 긴장감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불쾌감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차라리 빨리 읽고 끝내버리자!'라는 생각으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클리셰 비틀기와 섬세한 정신 착란/감정 묘사를 바탕으로 한 서스펜스 작품을 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피터 스완슨의 '312호에서는 303호에 사는 여자가 보인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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