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서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종결난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입주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의심 안 했으면 진작에 해결됐을 일.
소설은 앨리스와 레오가 보안이 잘 되어있는 공동주택 '서클'로 이사오며 시작한다. 앨리스는 이웃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 파티를 열고, 그 파티에서 앨리스는 한 방문객을 이웃 주민인 '팀'으로 의심하지만 그는 사립탐정 토마스였고, 앨리스가 이사 온 집에서 니나라는 여자가 그녀의 남편 올리버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토마스는 그러나 올리버가 살인범이 아니라 생각하는 의뢰자로부터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며 앨리스에게 의심의 싹을 심는다.
앨리스는 이에 놀라 자신의 남편 레오에게 집이 살인 장소임을 왜 숨겼는지 추궁하고 레오는 잘못을 시인하며 앨리스가 용서해줄 때까지 그녀의 말에 따라 각방/외부 숙박시설을 이용하기로 한다. 1층 서재에서 잠을 청하며 앨리스는 종종 밤마다 찾아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이를 니나의 영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웃사촌들과 점점 친분을 쌓으며 니나와 올리버가 사이가 좋았다는 점, 올리버를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했음에도 이웃 주민들이 너무 쉽게 올리버가 범인임을 인정했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다. 그러던 와중 옆집 로나 아주머니에게 니나에 대해 물어보는 중에 그녀가 '아무도 믿지 마라'라고 속삭였고 앨리스는 모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웃 @ 서클 | 앨리스 -레오 | 이브 - 윌 | 로나 아주머니 - 에드워드 아저씨- (아들) 존 |
탐신 - 코너 | 마리아 - 팀 | 제프 | |
이웃 外 | (친구) 지니- 마크 | (친구) 데빈 | (부동산 중개업자) 벤 |
앨리스는 이웃에게 니나의 살인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고, 그 답변들을 사립탐정 토마스에게 전달해 진범을 유추해 나간다. 니나와 가장 좋은 친구였다는 탐신이 사실 막판에는 니나와 사이가 안 좋았다는 점, 니나가 여러 남자 이웃 주민과 시간을 보냈다는 것, 니나 역시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것 등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며 윌, 코너, 팀 등을 의심한다. 니나가 금발이었다는 점, 프랑스에서도 금발 여성이 살해당했고 피해자들은 전부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아내 그 연관성을 의심하고 사립탐정과 계속 내용을 공유한다. 그러는 와중에 동거인이자 연인인 레오가 사실은 이름을 속였고, 부모님이 없다는 말도 거짓말, 결국 부모님은 자신의 아들의 여자친구 존재도 모른다는 사실과, 과거 자산관리 회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형을 산 적이 있다는 것을 되고 연인관계를 끝낸다. 그러나 니나의 진범을 잡자는 생각으로 2주간 집에서 더 머무르기로 하고, 이웃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와중 에드워드 아저씨가 그녀에게 '당신이 떠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라는 경고를 듣게 된다. 떠나기 전 이웃 주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계속 니나 살인사건을 들추는 앨리스 때문에 탐신과 싸우게 된다. 탐신이 앨리스를 망상병 환자로 매도하자 앨리스는 그동안 숨겨왔던, 올리버의 누나인 헬렌이라는 사람이 진범을 잡아달라며 사립탐정 토마스에게 부탁해 여러 사실들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홧김에 털어놓고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앨리스는 팀을 만난다. 과거에 탐신이 니나에게 니나의 심리상담사를 소개해달라며 이름을 알려달라 했지만, 니나는 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니나와 같은 심리상담사인 팀이 앨리스에게 자신도 상담사의 이름을 모른다는 답변을 주기 위해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앨리스는 이 시점에서 니나를 죽인 진범은 팀이라고 확신한다. 니나와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사였기 때문에 서로 연습하는 기회로 서로를 상담해주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단둘만 있을 시간도 있고, 자신이 그 심리상담사였기 때문에 탐신에게도 상담사의 이름을 말해주지 못한 것이다! 결론에 다다른 앨리스는 오후에 둘이 약속이 있어 찾아온 토마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아까부터 울리는 탐신의 전화를 무시하다 받는다. 그러자 탐신이 말한다. 당신은 계속 우리를 의심했으면서, 왜 당신이 처음 열었던 파티에 초대받지 않고 찾아오고, 그러면서 다른 이웃은 아무도 못 봤고, 그 뒤로도 다른 이웃에게는 보이지 않던 그 사립탐정은 왜 의심하지 않냐고. 그 자가 가장 수상하지 않냐고. 그리고 올리버에게는 누나가 없다고. 그게 경종이 되어 앨리스는 레오에게 올리버가 누나가 있었는지 확인해달라 요청한다.
(스포왕스포) 결국 범인은 자신이 사립탐정 토마스라 속인 존이었고, 그는 로나 아주머니와 에드워드 아저씨의 아들로 다른 이웃들 몰래 그들의 집에서 살며 서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그들의 아들은 전쟁에 참여해 전사했다는 거짓말과 니나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거나, 올리버가 공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들어왔다는 걸 봤다고 거짓 증언하게 한다. 올리버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시인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로라 아주머니가 거짓 증언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 자살했던 것이다. 레오가 앨리스에게 "올리버는 누나가 없대"라고 보낸 문자를 토마스가 보고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하기에 이른다. 알고 보니 토마스가 바로 프랑스에서 상담사인 척을 하며 여자들을 죽인 범인이었고, 니나 역시 상담사인 척하다 니나가 자신이 상담사가 아님을 알자 그녀를 죽인다. 그는 그가 헬렌이라고 사진을 보여준 여자에게 사실은 과거에 거절을 당한 전적이 있어 그 뒤로 비슷한 금발의 여성을 살해하며 죽인 뒤 머리카락을 잘랐다. 집착적인 애정 형성을 가진 사람으로 본인의 망상으로 상대방과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앨리스를 죽이려 그녀의 머리를 자르지만, 에드워드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앨리스가 부추기자 화가 난 로나 아주머니가 존을 찌르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두 명의 아들이 살인자였으며, 니나를 죽인 진범이라는 건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낯선 사람이 서클에 침입해 그들을 죽이려 했고, 그가 일전 앨리스의 파티에 초대 없이 들어왔던 사람이다'라는 또 다른 거짓말로 진실은 묻히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망상증 환자의 오해로 소설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건데, 결말을 알고 나자 앞의 스토리들이 다 짜증 나게 느껴졌다.
살인범 존을 사립탐정 토마스로 알고 시작한 순간부터 앨리스는 그를 범인에게 배제하고 그 이외의 모든 상황은 살인과 연관 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가 살인자로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전원이다. 심지어 이브와 탐신도 의심한다. 그리고 앨리스의 시선과 사고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독자는 당연히 따라가게 된다. 아닌가. 그 트릭을 발견하게끔 하는 장치가 있었나. 끊임없이 니나와 타인의 연결고리가 나오고 범인이 나오고, 그래서 이웃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왜 올리버를 살해자로 지목하는데 이웃들이 반대하지 않았느냐, 에 대한 의심이 너무 짙었다.
소설에서 가장 큰 맥거핀은 결국 이웃을 의심하는 앨리스인데, 마지막에 결국 그 모든 것이 앨리스의 망상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앨리스가 너무 비이성적이고 유약하게 설정되어 허탈함은 더욱 배가된다. 짧은 시간에 존이 그녀를 어떻게 한 번에 파악했으며 조종까지 가능했는지 납득이 안 되는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이 모든 의심들에 아다리가 맞게 토마스(존)가 이야기를 아주 소설가처럼 척척 풀어낸다. 남편 될 사람이 자신에게 여자가 살해당한 집이라고 말을 안 해줬다는 것만으로 바로 남편과 이웃을 의심하고, 심지어 여권 뒤져보니 가짜 이름? 운도 좋아 존은. 미끼만 던졌는데 따라 나오는 진실들이 다 자기에게 유리한 내용들이라서. 또 뭐하러 프랑스까지 가서 살인을 저지르는지? 너무 뜬금없다. 그 와중에 망상병 환자 앨리스가 존이 프랑스에서 저지른 살인인 저스틴과 마리온을 단순히 신문기사만 읽고 맞춘 게 어이가 없다. 천재 추리 탐정이야 뭐야.. 아주 망상증 환자 둘이 아주 잘 만났다.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아들을 단순히 자기 남편을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신고를 하지 못하고 묵인한 거나, 앨리스가 이웃을 의심하게 되는데 크게 일조한 로라 아주머니의 '아무도 믿지 말아라'가 사실은 '그를 믿지 마라'였다거나, 이웃 팀이 2층에서 매번 창밖을 바라본다거나, 앨리스가 살인사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진범을 찾으려 애쓰는 이유가 자신이 죽인 언니와 가족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거나 하는 우연적인 장치들이 지나치게 존에게 유리하게 배치되었다는 점에서 결말에 허탈감을 크게 느꼈다. 존에게도 위기가 왔으면 재밌었을 듯.
소설을 요약하는 대표 문장은 두 개인데... 뭐... 크게 공감가지는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결국 아무도 의심 안 했으면 됐을 일. 가장 먼 사람만 의심했으면 됐을 일. 뭐 진범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 거야 해피엔딩이지만, 결국 이웃들은 살인자와 공모자들이 아니냐는 의심과 더불어 집값도 떨어지고 이사 가게 되는 배드 엔딩이다.
["진실, 세상에 진실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여러 진실 중 의심 한 방울이 전체 진실을 덮어버리는데,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설의 주제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진실이 중요한 건 그걸 진실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때에야 적용된다.
소설은 매우 재밌었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도 좋고 앨리스에 나도 모르게 빙의하며 그녀의 시각을 따라가게 된다. 존에게 잡혔을 때 앨리스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이웃사람들과 자신의 연인까지 의심한 자기 자신을 책하는데, 아마 그 감정에 동화되어 나 역시 소설 결말을 허탈하다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서스펜스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할만한 책, B.A. 패리스의 테라피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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