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shiter, 외양과 내면을 바꾸는 존재들에 담긴 인간의 욕망
동서양과 시대를 불문하고 전승되는 이야기들의 집합.
Shapeshifter라 하면 흔히 영화 엑스맨의 미스틱 같은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세이프시프터는 그보다는 덜 멋있거나 덜 상업적이다. 뱀파이어나 늑대 인간, 심지어 개구리 왕자도 사실상 그들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세이프시프터이다.
변신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이다. 선사시대 동굴의 벽화에서 시작하는, 포식자인 동물과 같아지고 싶다는 고대인들의 열망은 동물로의 외양 변화, 반인반수, 동물의 가죽을 뒤집어쓰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셰이프시프터는 1. 환상, 최종 목표, 내적 바람, 욕망, 실현되지 못할 동경, 2. (과거에는 ) 타자, 3. 징계, 처벌의 상징으로 여러 이야기 속에서 나타난다.
신과 신의 대리인인 Shapeshifter
특히, 과거 신의 권위의 상징으로 변신이 있었다. 다신교인 이집트에서의 반인반수, 인간, 동물, 세 가지 형태로 신이 표현되는가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제우스 및 다른 신들은 그들의 외양을 자주 바꾼다. 다신교뿐 아니라 유일신인 예수도 <<켈수스에 대한 반론>>에서 "예수를 만났던 사람들에게 그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이로 유다가 입맞춤으로 예수임을 확인시켜줘야 했다."는 대목으로 셰이프시프터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악한 신도 있는데, 일본의 기쓰네, 한국의 구미호, 인도의 락샤사(고약한 식인귀) 등이 이에 해당하고, 힌두교 유지의 신 비슈누는 우주의 질서를 보존하고 인류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10개의 다른 화신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물고기, 거북이, 멧돼지, 등등 그리고 아홉 번째가 싯다르타였다.
이처럼 신과 신의 대리인이 바로 Shapeshifter다. 고대 신이 최고의 전지전능한 힘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변신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과학 발전, 연금술, 마법 등으로 인간들은 신의 능력을 빼앗기 위해 방법을 모색했다.
인간의 "정체성" ㅣ 사회적 역할 갈등
또한 인간적인 측면에서 셰이프시프터는 "정체성"을 나타낸다.
과거 포식자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동굴 벽화로 나타난 것처럼, 늑대인간이 되어 숲을 내달리며 달을 보고 울부짖는 것은 사회적 제약과 도덕적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동물적 본능을 억누르기 위한 인간의 투쟁에서 나아가 우리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회에서 우리에게 적절한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셰이프시프터는 바로 이러한 노력의 상징이다. 우리는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여러 역할과 문화가 겹칠 때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변신은 외적 변화와 내적 변화가 있는데, 내적 변화란 카톨릭의 구마 의식, 귀신이 씌었다고 생각하는 빙의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면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면을 통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변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변신을 원하는 개인적 이유는 정체성과 관련 있다. 우리가 영화 아저씨에서 복덕방의 무력한 사내가 아이의 소중함을 느끼고 각성해 범죄 조직을 맨몸으로 소탕하는 장면도 내적 '변신'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신의 정체성이 평범한 시민1에서 구원자로 변모한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세이프시프터는 누구일까.
좋아하는 아이돌이 되어 '멤놀'을 하는 아이들? 가상공간에서 부캐를 만들어 본인이 원하는 이상향으로 활동을 하는 버추얼 휴먼들? 결국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 탐구의 측면에서 셰이프시프터는 타자가 아닌 우리 자신이며, 오늘날 셰이프시프터는 점점 더 활성화되고 내제화된다. 변신의 욕망을 우리는 이제 가상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얌전한 직원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다스러운 익살꾼으로, 카카오톡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활달한 업로더로 활동하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Shapeshifter이다.
다양한 시대와 배경의 민담을 들은 내용이라 매우 재밌게 읽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늑대인간, 뱀파이어에서 나아가 말 그대로 전세계의 민담을 전해준다. 우리는 왜 셰이프시프터의 이야기를 구전하고, 현재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에 열광할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여름날 수박 한 통과 부채로 더위를 피해 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재미와 더불어 과연 내가 원하는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지, 혹시 내가 좋아하는 변신 캐릭터들에 그 욕망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수 있는 책, 존. B. 카추바의 변신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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