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생활 다년간의 생활을 담은 책 추천. 하지만 직업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 가치관을 담은 명단 선정에 더 가깝다.
지나치게 현학적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책.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작가의 유쾌함이 느껴졌다.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권위주의를 벗어던지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아마 그게 문유석 판사의 삶의 가치관이 아닐까,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책 제목의 유래 또한 알 수 있다. 본인 스스로가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기 싫어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독서를 했다는 것이다.
대중 소설과 순정 만화
금서 목록 보도지침이 존재했던 80년대 시대 분위기를 생각하면 순정만화는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심지어 여러 장르를 불문하고 굉장한 전문지식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사실 순정만화 작가들은 남성 중심의 소설 세계에 등단하지 못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여자들이 즐기는 거라 따로 검열을 엄격하게 하지 않은 것일까.
이처럼 대중소설이야말로 정확히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전에는 스케일이 큰 대서사시의 대중소설을 썼다면 요즘은 가족, 연인, 이웃 간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린다. 이는 미국의 과도 성장기가 끝났다는 의미 아닐까.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고 거기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순정만화의 소재가 다양하고 그중 혁명 등 급진적인 주제가 많았다는 건 흥미롭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웹툰에서 순정만화 장르 중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많기는 하다. 좀비, 아포칼립스, 성별 전환,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우영우도 결국 연애물이 기본 장르라면 법정 문제까지도 순정만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순정만화도 프랑스혁명이 배경이라던가... 학생 민주화 운동에서 남주를 숨겨주는 여주라던가... 뭐 그런 소재였다.
나는 미드 프렌즈를 좋아하는데, 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도 벌써 4~50년전 드라마이니 경제 불황이나 실업 등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게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프렌즈 에피소드들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이나 시대의 가치관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레이첼이 파리에서의 일 대신에 로스를 선택한 것도 당시에는 일 대신 사랑을 택하는 것이 로맨틱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프렌즈의 종영 이유도 경제 불황이 겹치며 더 이상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프렌즈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썰이 있다. 이처럼 대중문화의 소재, 내용, 흥망성쇠 등은 그 시대상을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한다.
여행과 인생
어쩌면 이번 삶 자체가 다 스톱오버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여행지로 생각하고, 다음 떠나는 여행을 떠올리면 일상에서 일희일비할 일이 없지 않을까. 여행은 숙제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무슨 거창한 목표 완수가 여행의 목적이 아니다. 아마 인생도 그럴 것이다.
인도에서는 아이와 성직자는 신과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생전 모습대로 부활할 수 있도록 화장하지 않고 수장한다.
판사는 습관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바로 인생이 각각의 정거장을 거치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늘 깨달음이겠지. 매일을 너무 열심히 살기보다는 행복하게 보내자. 그럼 그 하루가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
요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돈으로 환산되는 '효용' 때문일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하고... 그리고 이에 문유석 판사는 자기가 아는 판사의 이야기를 해준다. 해초의 왕오천축국전 강의를 듣고 그 당시 인도에서의 생환율을 구하기 귀해 고문헌을 뒤졌던 교수. 학문이란 그런 것이다.
효용에서 벗어나 느끼는 쓸데없음의 가치.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그래서 쾌락 독서란 그런 것이다. 그냥 재밌어서 책을 읽고, 순수한 궁금증이 생겨 책을 읽는 것이다.
판사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책 추천. 사실 어떤 책을 추천해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읽으면서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판사의 인생관이 궁금하거나, 무겁지 않은 책 추천을 받고 싶으면 추천할 만한 책, 문유석의 쾌락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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