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불편한 편의점2-김호연ㅣ현실의 위로와 일상적 인간관계. 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어지는가.

whateverilike 2022. 12. 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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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실망할 뻔했으나 김호연 작가의 김치찌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앞부분은 참고 보기...^^



소설은 불편한 편의점 1, 전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일상적인 삶을 하는 사람들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주변부 일상을 영위하며 만들어지는 갈등과 꿈/현실 사이의 충돌을 해결한다. 근데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특이한 지점이 발생한다.


바로 누가 문제를 해결하느냐?

갑자기 훈수를요?

책의 앞부분 반 정도는 읽으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대사가 너무 유치하고 상황 설정이 작위적이었으며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소설은 1편의 독고씨처럼 황근배=황금보라는 새로운 편의점 알바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1과의 차이점은 황근배가 충고를 한다는 것이다!!

1편에서의 독고는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거나(1+1만 사는 쌍둥이 자매를 아빠에게 알려주는 등) 일상 대화(작가가 된 배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등장인물들 스스로가 깨닫게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2편에서는 직접적으로 충고한다.

최사장의 가게로 직접 찾아가 다른 가게가 잘 된다며 오지랖을 부려 결국 화를 돋우고 형과 차별당하는 가난한 집 둘째 민규에게도 꿈에 대해 훈수를 둔다. 취준생인 소연에게도 참치라며 먼저 말을 걸며 적극적으로 다가가 충고를 한다. 이점이 굉장히 작위적이다. 아니 아저씨가 뭔데요...?

결국 선구자를 해맑지만 박학다식한 이상한 캐릭터로 설정할 수밖에 없고 먼저 다가가야 하니 능글맞은 캐릭터로 설정함으로써 대사가 유치해지고 상황이 작위적으로 변한다. 이점이 너무 아쉬웠고 소소한 일상에서의 개인의 의지로 인한 성취를 느낄 수 있던 1편과 달리 꼰머의 훈수로밖에 안 느껴진다.


또한 황금보의 캐틱터가 일관성이 없다.

편의점에서 롸큰롤 노래를 듣다 이상한 손가락을 하고, 울다가 웃으면 항문에 모발 모발/얼레리 꼴레리, 뭐 이런 터무니없이 유치한 발언을 하는 캐릭터의 미스매치와 과한 언어유희를 남발하다가 갑자기 최 사장에게 man's cave를 설명하며 남자들의 공간이 필요하다던가, 갈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시간을 죽이는 민규에게 도서관을 알려준다던가 하는 갑툭튀.. 일본 소설에서 많이 봤던 유쾌하지만 능력 있는 캐릭터!! 뭐 이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작위적이다!!! 이게 최악이었는데,
참이슬+자갈치=참치도 그렇고. 아빠가 자갈치랑 가물치를 계속 헷갈렸는데 사실 가물치는 다른 물고기 다 잡아먹는 큰 물고기라 소연이 결국 잘 취업을 하고, 매번 원쁠원이나 투쁠원만 찾는 민규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주며 어디에도 잘 어울리지 못해 겉돌았다는 자신의 과거 얘기에 민규가 그럼 원쁠원 같은 거였어요?라고 하는 거나. 너무 상징을 대놓고 쓰고 어떤 내용을 끌어나가려 했는지 눈에 보여서 읽기 불쾌한 정도였다.



그래서 앞부분을 반 넘게 읽으며 백만번 고민했다. 그냥 읽지 말까...

중심인물의 시점 변화와 몰입도

그러나 소설은 황금보가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고, 그 뒤에 1편의 주인공이었던 편의점 사장 염 여사가 등장하며 색깔이 반전된다. 앞까지는 작위적이고, 억지에, 훈수와 유머를 애쓰려는 안쓰러움이 있었다면, 후반부에서는 등장인물의 서사와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염 여사는 경증치매진단을 받았는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그녀의 언니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녀의 언니는 미혼의 딸과 함께 살며 함께 사는 협의의 과정을 거쳐가는 가정이었다. 염 여사와 그의 아들과는 달리. 염 여자의 아들과 딸은 유능한 딸의 피부과 확장을 위해 편의점을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할 예정이었고, 아들인 최 사장은 황금보의 조언을 들어 편의점 운영에 뜻을 보여 갈등을 빚게 된다. 그러나 최 사장은 자신의 잘못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염 여사를 집으로 다시 데려오고, 편의점 운영에 힘을 쓴다. 이에 염 여사 역시 편의점은 아들에게, 대신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를 처분해 딸네 부부에게 자금을 마련해주며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알고보니 황금보는!!! 고려대학교 연극동아리 출신으로 소규모 어린이/청소년 극단에서 거의 노예처럼 적은 액수로 일하다 그 극단 주인과의 갈등 이후 일용직을 전전했다. 그러나 그의 대학 동아리 선배에게 '불편한 편의점' 극본을 전달받고, "독고"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그 배경이 되는 편의점에 유사한 캐릭터로 위장 취업한 것이다. 그래서 편의점 독고의 스토리를 더 잘 알기 위해 전략적으로 멍청한 캐릭터를 설정, 편의점 내의 인물과 친해진 것이고, 독고가 했을 법한 행동을 하며 편의점 손님들을 위로해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앞의 여러 오글거리던 내용들이 미화되며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1편은 그러니까, 1편에 나온 배우에서 작가로 전향한 인물이 작성한 '희극'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지만 작가가 코로나 시국으로 국가 지원을 받고도 연극 상영에 실패하자, 내용을 바꿔 코로나 시국에 맞는 우울한 배경으로 스토리를 수정하게 되는데, 이에 맞서 황금배가 불편한 편의점의 일상적이고 따스한 일상을 견지할 것을 요구해 갈등이 생긴다.

실제로 염 여사의 편의점에 독고가 들어가 그 모든 손님들을 만나는 시점은 코로나 이전인 것이다. 그 이후 각색을 하며 코로나 시국의 에피소드들이 생기고 불편한 편의점 1(희극)이 탄생한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랐다. 작가가 매우 현명하게 1과 2를 연결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동일한 배경을 놓고 유사한 플롯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1편과 2편을 희극과 희극의 생성 과정으로 연계해 작품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 2는 1편의 성공 요인을 뒷부분에 답습하여 김치찌개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따뜻한 일상과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변화, 그로 인한 일상적인 성취. 그리고 2편은 1편에서 나아가 그 미래까지 보여준다. 이후 불편한 편의점 2에서 작가가 염 여사를 찾아가 극본을 보여주고, 연극에 초대하고, 또 독고를 우연히 만나고! 염 여사가 진정한 독립을 꾀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현실이 미화되었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렇기에 더 소설에 어울리는 마무리였다. 일상의 성취. 일상에서 영위하는 행복이 실현되는 공간, 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든 생각은, 김호연 작가는 1인칭 시점의 서술에 강하다는 것이다. 뭔가.. 황금배의 입장에서 편의점 손님들과 알바생들을 다루는 장면에서 느껴졌던 어색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짓된 황금보 캐릭터의 입장에서 황금보와 그 주변 인물을 설명하는 전지적 시점은 김호연 작가의 강점은 아닌 듯하다.


여하튼 불편한 편의점1을 읽은 뒤 그 감동을 더 극대화해 재밌게 볼 수 있는 책,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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