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1~2-송희구

whateverilike 2021. 10. 23. 16:30
728x90
반응형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간 군상과 익숙함에서 오는 불쾌함

 

  교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아재들이 좋아할 것만 같은 제목의 소설이 올라와 있어 본능적으로 선택해 읽었다. 

제목에서 보듯이 딱 한국인들 초유의 관심사인 부동산, 취업, 위계질서 등이 모두 담긴 이야기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날 잡아 읽으면 2권까지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읽기 좋다.

 

 

 

 

  이 책은 한 대기업 직원들의 이야기인데, 등장인물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고 직급으로 나오며, 그 주변 인물은 아내, 아들, 큰형과 같이 호칭으로 나온다. 이 점이 굉장히 신선했는데, 사실 등장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각 직급과 그 사회적 지위에 맞게 그렸기 때문이다. 굳이 등장인물의 이름을 알지 못하더라도 직책이나 지위에 맞는 행동을 전형적으로 하고 있어 등장인물의 입체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편하게 읽으면 된다.

 

 


 

# 김 부장, 정 대리 김 사원

   1권의 주인공은 바로 "김 부장"이다. 직급이 부장이라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큰 인물로 소위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인데, 이게 진짜 "잘나서"라기보다는 열등감에서 오는 방어기제이다. 회사에서는 꼰대이고, 집에서는 아내를 무시하고 아들에게는 자신의 의견만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인물이다. 그 인물이 인생의 쓴맛을 (드디어) 보고 조금씩 변해간다. 

 

   2권은 정 대리와 김 사원의 이야기로 딱 그 나이대의 고민인 결혼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그려낸다. 정 대리와 김 사원은 성별도 다르고 나이대도 좀 다르게 나오는데, 정 대리는 딱 인생 한 방, 욜로족이라는 SNS에 미친 인간 군상이고 김 사원은 그나마 송 과장 덕분에 각성하여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인물이다. 

 

   위의 등장인물 외에도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음과 같다. (스포)

  • 김 부장 : 꼰대.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더 좋은 집, 더 좋은 명품에 집착하는 사람. 삼소 저녁 회식 집착에 후배가 자신보다 좋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 아들이 취업하지 않고 사업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부장 보수파의 전형
  • 김 부장의 아내 : 결혼 및 출산 후 퇴사로 초기에는 우울증이 있었으나 그 뒤로 스스로 공부하고 여유시간을 가지며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고 아들과 남편 사이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는 보살 아내
  • 김 부장의 아들 : 취업하지 않고 물건을 판매하며 아버지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는 착한 아들.
  • 김 부장의 큰형 : 어렸을 적 김 부장의 열등감의 근원이며, 현재는 카센터 사장님으로 김 부장이 은퇴한 후 카센터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 손 세차까지 추천해 주는 조력자
  • 정 대리 : SNS 과시를 위해 비싼 옷, 비싼 곳에서의 결혼 등 생각 없이 소비하는 욜로족의 전형으로 어린 시절 좋은 학군에서 부자 친구들 사이에서 경제적 열등감이 원인이었으나 본인과 유사한 소비 습관을 지닌 아내와 트러블이 생긴 후 본인을 되돌아보며 변화하려 함
  • 김 사원 : 남자친구와 결혼 준비 중이었으나, 마마보이에 게임 중독, 무계획인 남자친구에 회의감을 느껴 파혼하고 송 과장에게 조언을 구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신예
  • 상무 : 신입이었을 때, 김 부장과는 달리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은 없었지만 관리자로서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팀을 잘 관리하여 상무까지 간 인물로 김 부장의 꼰대성이 한계라고 여겨 김 부장을 전배 보내지만 고쳐지지 않아 안타까워하며 김 부장에게 쓴소리를 하는 인물
  • 최 부장 : 상무와 유사하게 팀원들을 존중하고 회식은 점심 회식에, 김 사원을 위해 프레젠테이션 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요즘" 상사로 송 과장에게도 부동산 이야기를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 않는 인물로 임원 승진에 성공
  • 송 과장 : 부동산 천재로 상사나 후배들의 부동산 관련 고민 해결책이며 새벽에 일찍 출근해 공부를 하는 중립적이고 좋은 선배의 전형이나 구체적인 백스토리는 아직 나오지 않아 만약 3권이 나온다면 송 과장 이야기가 아닐까 싶음

  딱 봐도 그 직급에,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주인공이 되는 세 명의 등장인물(김 부장, 정 대리, 김 사원)은 좀 왜 저래싶지만,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 딱 세 명 나온다. 상무, 최 부장, 그리고 송 과장. 이들은 어쩜 그렇게 합리적이고, 멋있고, 존경할 만하고, 통찰력이 있는지... 어떤 사회생활을 해왔는지가 궁금해진다.

 

# 바로 옆자리, 앞자리, 같은 팀 사람들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그럴 법 하다"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보았던 인물들과 들었던 대화 주제고,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과 함께 고민했던 사안들이 주된 주제였다. 또한 "왜 저래"라는 생각을 유발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있었지만 그런 불쾌감은 내 주변에서 "일어날 법 하"기 때문이라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김 부장이나 정 대리가 외적 과시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어린 시절의 가난이나 주위 부자인 친구들과의 비교라는 주변 환경 탓이라거나 정 대리의 가장 친구인 찐부자 버버리맨이 인생의 허무함으로 자살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뻔하고 신선하지도 않으며, 합리화로까지 보이기도 해서 좀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지만, 읽다 보면 "아이고, 이 사람아."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내 주변에 없기를 바라지만 100%의 확률로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는 소설이다. 물론 딱 "김 부장 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적절히 여러 인물이 섞인 인물들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의문. 그래서 송 과장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정형화 속에서 나는 어떤 인물에 가까운지 MBTI 테스트처럼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였다. 

 

728x90
반응형